"딸깍, 지지지직..."
테이프 감기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테이프 소리인지. 지지직거리는 소리에 벌써 옛 감상에 취해버린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핑클의 '늘 지금처럼'.
추억에 젖다 보니, 어느새 서랍 속을 뒤적거리고 있다. 다 버리고 유일하게 남은 카세트테이프 하나. 그 시절 자주 즐겨 듣던 웨스트라이프(Westlife) 명곡만 모은 베스트앨범이다. 얼마 만에 다시 꺼낸 건지, 그 시절 추억이 생각나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옛것은 왜 늘 애틋하고 그리울까. 옛 물건이 불러온 그때 그 시절 감성으로 어느새 돌아갔다.
KT가 1990년대생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웨스트라이프 카세트테이프를 뒤적이게 만든 물건은 KT가 지난 10일 출시한 카세트 플레이어 'KASSETTE'다.
'KASSETTE'는 KT 레트로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지난 3월 사전 예약 당시 한 차례 완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재판매 문의 등 시장 호응에 힘입어 5개월 만에 다시 시장에 나왔다.
KT 카세트 플레이어는 베이지색 외관에 주황색 재생 버튼으로 포인트를 줬다. 인테리어 제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앞면 커버는 투명하게 처리해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뒷면 배터리 커버를 열고 AA건전지 2개를 넣으면 재생 준비 끝.
이번 제품에는 지니뮤직과 협업해 만든 한정판 카세트테이프 앨범 'Rewind:Blossom'도 함께 포함됐다. 이 앨범은 아티스트 백현(EXO), 도영(NCT), 아이즈원, 어반자카파, 산들, 다비치 강민경, 하성운, 원슈타인, 박문치, 유승우가 옛날 노래를 커버한 곡을 담았다. 레트로 시리즈에 딱 맞는 앨범이다.
노래를 들으며 어느새 흘러나오는 옛날 얘기. 카세트테이프로 영어 공부도 하고, 쓰지 않는 테이프 위 보호 장치는 스카치테이프로 막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도 하곤 했었는데. 그 시절 추억에 잠겨 도란도란 따뜻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KT 카세트 플레이어는 옛날 쓰던 카세트 플레이어와 달리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유선 이어폰이 없더라도 무선 이어폰으로 복고 감성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그 시절 감성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3.5mm 헤드폰 단자에 이어폰을 꽂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오토리버스 스위치를 켜면 테이프를 꺼내 뒤집어 넣는 수고 없이 자동으로 반대 면을 재생해준다. 무게는 274g으로 사탕 한 봉지 정도, 그리 무겁지 않다.
명색이 음향기기인 만큼 소리에 대한 평가를 빼놓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옛날 테이프로 듣던 그 소리 그대로다. MP3나 AAC처럼 압축된 음원을 지나 무손실 FLAC 음원, 그리고 스튜디오급 고해상도 음원이 판치는 21세기에 듣기에는 아쉽다.
그러나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이 제품을 집어 드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래 전 카세트테이프로 즐겨 듣던 노래를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테이프로 들을 수 있다는 반가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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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카세트 플레이어는 전국 KT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KT 공식 온라인몰 KT샵에서는 오는 17일부터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12만1천원이며, KT 매장 방문 시 11만1천원에, KT 멤버십 차감 할인을 적용하면 9만9천900원에 살 수 있다.
KT는 이번 카세트 플레이어를 시작으로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레트로 컨셉의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1980-1990년대생에게는 추억을, 2000년대생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레트로 시리즈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