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게임업계 '예의주시'

[이슈진단+] 수수료 부담에 구글 애플 독점 반대 목소리 높아

디지털경제입력 :2021/08/06 11:10    수정: 2021/08/09 15:44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또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다.

이는 거대기업의 독점적인 행위와 공정하지 않는 결제 창구 강제화 등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국제 여론이 우리나라에도 조성된 영향이다.

특히 해당 금지법은 결제 관련 기업들의 경쟁 합류를 유도해 게임 수수료(30%)의 부담을 낮추고, 건전한 디지털 마켓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미국 씨넷)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국회 통과에 쏠린 눈

6일 게임 IT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 등 마켓 사업자 대상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국회 문 앞에 서 있다. 

이번 금지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수단 강제 ▲타사 마켓에 앱 등록 금지 유도 행위 ▲앱 심사 부당 지연 및 콘텐츠 부당 삭제 ▲개발사에 차별적 조건·제한 금지 등이 주요 골자다.

금지법은 지난 달 20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었으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절차만 남은 상태다.

국회의사당

최근 구글과 애플의 독점적 사업 행위에 반대하는 미국의 앱공정성연대(CAF)가 국회를 방문해 해당 금지법을 지지하기도 했다. 앱공정성연대의 국회 방문은 미국과 EU 등에서 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회서 세계 최초로 마켓 지배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가속도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관련 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지난 3일 민주당 과방위·미국 앱공정성연대 정책간담회자리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법사위 상정까지 숙려기간(5일)을 채우지 못하고 7월 국회가 끝남에 따라 상정하지 못했다. 이달 법사위에선 상정해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날 마크 뷰제 앱공정성연대 창립임원(매치그룹 수석부사장)은 "한국 국회가 구글 인앱결제 사안에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대기업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는데 논리적인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게임계 "상황 예의주시"...결제사에 공정한 기회 마련 기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은 우리 게임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게임사 대부분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게임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켓 지배사업자 등의 그늘 밑에서 수수료 30% 지불하며 소작농처럼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마켓의 수수료 및 결제 정책은 게임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이런 분위기에 엔씨소프트 설립자인 김택진 대표는 약 7년 전 모바일 게임 대중화 이후 개발사가 소작농 처지에 놓였다는 말로 큰 공감을 받았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2014년 11월 신작 발표회 자리서 "모바일 업체가 개발자로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수주 받고 공급하는 소작농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소작농 시대가 왔다고 본다. 과거에 개발자는 개발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됐지만 이제는 퍼블리셔(유통) 업체가 대부분 이익을 가져간다. 개발 쪽에는 20-30% 수익만 가져가는 시대가 왔다"고 밝혔다.

사진=씨넷닷컴

게임별로 다르겠지만 구글 마켓 비중은 우리나라 기준 약 절반 이상이다. 이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갑인 구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게다가 일부 게임사들은 구글 뿐 아닌 애플 마켓도 인기 및 매출 순위의 집계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부담이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 금지법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와 간편결제 서비스 사 등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NHN페이코와 엑솔라 등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NHN페이코는 2017년 구글을 시작으로, 애플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향후 정책 변화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NHN페이코의 경우 국내 게임 이용자들에게 익숙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엑솔라는 700개 이상의 글로벌 결제 수단을 200여개 국가에 제공하는 결제 솔류션 전문 기업으로, 국내외 시장을 동시 공략하려는 게임사들에게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수년째 게임사 대상 결제 솔루션과 마케팅 및 투자 플랫폼 등을 잇따라 구축해 주목을 받았으며, 모바일 PC 연동 3자 결제 시스템을 통해 대형 게임사들과도 활발한 협업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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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구글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를 잘 살펴봐야한다. 구글 등 마켓 사업자가 대놓고 갑질은 못하겠지만, 을의 입장에선 시장 영향력과 강제적인 시스템 때문에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각 게임사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기 및 매출 순위의 집계 방식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다보니 더욱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금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결제 관련 기업들에게도 공정한 시장 진입 기회가 제공된다. 독점이 아닌 건전한 시장 생태계 조성이다"며 "결제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수수료도 낮아져 게임사 등 앱 기업의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게임사 뿐 아닌 간편결제사 등도 이번 금지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