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위원 추천 갈등으로 늦어졌던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이 마침내 완료됐다. 4기 방심위원 임기 종료 후 6개월만이다. 공백 기간 동안 심의 안건은 16만8천여건이 쌓였다. 그 중 빠른 심의를 필요로하는 디지털성범죄 관련 안건은 7천여건이다. 방심위 제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틈타 규정 위반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공백 기간을 메꿀 수 있는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심위, 또 지각출범…이번에는 6개월 공백
29일 국회와 방심위에 따르면 4기 방심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6개월이 지난 후에야 5기 방심위가 9인 체제를 갖추며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출범일은 내달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기 방심위도 출범하기까지 약 7개월 정도 공백이 있었던 만큼 방심위원 임기가 끝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방심위원 추천 관련 극명한 대립을 이어왔다. 지난 1월 중순께, 4기 위원들의 임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과방위는 조속히 추천을 마무리 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 측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방심위원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에 야당이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인물"이라고 반발하며 인사 추천을 거부했었다.
방송법상 방심위원은 대통령 추천 3명·국회의장 추천 3명·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 몫인 3명에서는 국회의장이 1명, 여야 원내대표가 각각 1명씩 추천한다.
여당과 야당 비율은 6:3으로, 정부와 여당 몫으로 6명, 야당 몫으로 3명이 추천된다. 통상 위원장은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국회의장이 추천한다.
청와대는 야당에서 방심위원 추천을 마무리하지 않자, 지난 23일 총 9인중 2인을 제외한 7인만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다. 야당 추천 없이 7인 체재로 방심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청와대의 압박이었다. 그러자 방심위원 구성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야당에서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하마평에 언급됐던 2인을 추천하고 과방위가 이를 의결했다.
이러한 진통 끝에 정부 여당 몫으로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옥시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정연주 전 KBS사장 등이, 야당 몫으로는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과 이상휘 세명대 교수, 황우석 전 방심위 상임윈 등이 위촉됐다.
여야 대립으로 애꿎은 국민만 피해…방법 없을까
이렇게 여야간 대립으로 인해 방심위 출범이 늦어지면서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사무처에서는 민원 처리와 안건 상정을 위한 업무를 지속하고 있지만, 위원들의 부재로 인해 규정을 위반한 안건에 대해 제재는 할 수 없다.
지난 3월에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펜트하우스가 각각 역사를 왜곡하고 폭력성 짙은 장면으로 시청자의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민원이 수천건이 접수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방심위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된 시청자들은 드라마 광고주를 압박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결국 조선구마사 방송은 취소됐지만, 방심위가 민간 독립 심의 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상품판매 방송을 심의하는 기능도 마비되면서 홈쇼핑 방송 시청자들도 허위-과장 광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에서도 문제를 일으켰지만, 방심위의 즉각적인 제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측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기 위원회때부터 국회에 방심위 공백을 막기 위한 법안 발의 등을 계속 제안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심의 공백을 방지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현행 방통위 설치법상의 임기 관련 규정이 후임자 선임시까지 예전 위원이 심의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보완‧개정돼야 한다"며 "국회 및 관계 부처와의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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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아직 이와 관련 제출된 법안은 없지만, 조만간 의원 발의를 통해 방심위 공백을 막아야 된다는 의견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KBS 사장의 경우 후임자가 선임될때까지 기존 사장이 업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며 "방심위는 굉장히 중요한 심의 기구인데, 공백이 생겨 이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