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역사 속으로...가전 승부수, 월풀 넘어 세계 1등

[이슈진단+] 폰 접는 LG전자의 '선택과 집중'...애플과 밀월 깊어질 듯

홈&모바일입력 :2021/07/28 09:04    수정: 2021/07/28 11:10

LG전자가 오는 31일 휴대폰 사업을 공식 종료하면서 LG폰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한민국 무선통신 역사와 함께 26년 동안 이어온 LG전자의 모바일 통신기기의 대장정도 이제 마지막을 목전에 두게 됐다.

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LG전자의 향후 전략은 '선택과 집중'. 이제 못하던 것은 과감히 버리고 잘하는 것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미래 신사업을 준비하는 등 사업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최근 MC사업본부 임직원 3천400여명의 인력 재배치도 마무리했다. 600명가량이 LG 그룹 계열사로 이동했으며, 나머지 2천800명가량은 LG전자 내에 재배치됐다. LG전자 내에서의 이동은 생활가전(H&A)본부로의 이동이 가장 많았다.

LG그룹 계열사로 이동한 600명 중 절반은 지난해 말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에 연구인력 등으로 입사하고, 나머지 절반은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X세미콘 등에 배치됐다.

LG전자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고, 가전·TV 사업과 미래사업에 집중한다.

■ 24분기 연속 영업 적자로 마무리…핵심 모바일 기술 연구개발은 지속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2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오래된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제조자개발생산(ODM)확대, 혁신 제품 출시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기엔 녹록치 않았다.

'CES 2021'에서 공개된 LG롤러블 티저 영상.

LG전자는 올 초 1월 'CES 2021'에서 화면이 돌돌 말리는 스마트폰 'LG 롤러블'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 롤러블폰 출시'라는 타이틀을 노렸으나, 티저 영상 공개 열흘 만에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밝히면서 빠르게 상황이 변했다. 

결국 롤러블폰 출시는 무산됐으며, 이후 지난 4월 휴대폰 사업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 애플과의 '밀월' 깊어질까…LG베스트샵서 아이폰 판매 강행할 듯

LG전자 모델이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LG베스트샵 서울양평점에서 LG 벨벳의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현재 자사 전자제품 유통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를 검토 중이다. 이달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게 되면서, LG베스트샵에서 판매하던 LG 스마트폰을 못 팔게 되자 이를 대신해 아이폰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

LG전자 입장에서는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팔게 되면, 매장 내 기존 LG 스마트폰 판매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아이폰을 사용하는 젊은 층을 매장으로 유입시켜, 이들에게 자사 가전 제품 또는 TV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애플은 전국 400여개의 LG유통매장을 활용해 자사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으니, 양사가 모두 '윈윈'인 셈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용 패널·카메라 등 기존 LG계열사와 협력관계도 많기 때문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으면서 애플과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아직 LG베스트샵 내 아이폰 판매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아이폰을 판매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결정을 짓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영업익 4조원 넘을까…가전, 영업익뿐 아니라 매출까지 월풀 제쳐

왼쪽부터 LG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김치 냉장고, 워시타워, 스타일러, 광파오븐, 정수기, 식기세척기. (사진=LG전자)

MC사업본부 실적이 2분기부터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고 중단영업손실로 처리됨에 따라 LG전자 올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접으면서, 가전·TV 등 조금 더 잘하는 영역과 미래 사업인 로봇, 전장 사업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기고, 매출액은 7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3조2천638억원, 영업이익 3조1천91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 잠정실적은 영업이익이 1조1천128억원, 매출액은 17조1천101억원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8.4%, 65.5%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역대 2분기 가운데 최대,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12년 만에 최대다.

LG 휘센 타워 카밍 그린, 카밍 베이지 오브제컬렉션 색상. (사진=LG전자)

LG전자의 이러한 호실적은 생활가전 사업이 견인했다.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는 LG전자 매출의 43.4%를 책임지고 있다. 2분기에는 에어컨 판매가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공간 인테리어 가전인 'LG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H&A사업본부는 2분기 6조원 후반대에서 7조원 초반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은 10%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가전 사업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액에서도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월풀이 6천억원 정도 앞섰지만, LG전자가 올 1분기 7천억원 이상 앞선 데 이어 2분기에도 8천억원가량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가전 사업은 13조5천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월풀(11조9천억원)과의 격차는 1조6천억원 가량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월풀이 큰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LG전자가 올해 처음으로 월풀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이미 LG전자가 2017년부터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월풀이 6억8천300만달러(7천881억원)으로 LG전자 전망치를 앞섰으나, 1분기에 LG전자가 9천19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월풀(6천885억원)을 크게 앞서면서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또한 월풀을 1천억원 이상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29일 2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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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지속해왔던 휴대폰 사업이 종료되고 전장사업도 적자폭이 감소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생활가전, 올레드 TV의 인기로 2분기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