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첫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입성에 대한 기관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오는 8월 6일 상장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에 기관과 개인투자자 자금 2천653조3천564억원(기관 수요 및 일반 청약 증거금 합산)이 몰렸다.
오프라인 위주였던 소매(리테일) 금융이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채널만 갖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성장 기대감, 플랫폼형 은행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률 100대1 넘어서...기관 주문도 역대 최고치
카카오뱅크는 26~27일 양 일간 일반 청약을 진행했다. 공모 둘째날인 27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일반 공모 경쟁률은 100대 1을 넘어섰다. 청약의 통합경쟁률은 183대 1로 집계됐다.
첫 날 카카오뱅크의 청약 경쟁률은 37.8대 1로 앞서 상장한 SKIET·SK바이오사이언스보단 낮았다. 지난 4월 상장한 SKIET의 청약 첫 날 경쟁률은 79대 1,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첫 날 청약 경쟁률은 76대 1이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중복 청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관사의 경쟁률을 비교하며 막날 공모 청약을 넣은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 관심도 컸다.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뱅크 기관 수요 예측서 국내 공개상장(IPO) 사상 최대 규모인 2천585조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기존 역대 최고액인 SKIET의 2천417조원 기록을 경신했으며, 기관 투자자의 경쟁률은 1733대 1로 코스피 시장서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좋은 은행 상품→고객 유입→플랫폼 강화 '선순환'
카카오뱅크 상장 시 예상 시가총액은 약 18조5천억원이다. 하나금융지주(13조2천407억원), 우리금융지주(8조172억원)을 넘어서는데다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 19조7천599억원의 턱 밑까지 단숨에 오르게 된다.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다르게 영업점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과 예대마진만으로 수익 구조가 짜여져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뱅킹임과 동시에 이 뱅킹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은행업 라이선스를 토대로 좋은 상품을 만들면 고객이 유입되고, 고객 수가 늘수록 플랫폼 영향력이 강화되는 구조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서 볼 수 없는 타 기업의 광고 '뱅킹 커머스'를 진행 중이다. 신 사업으로 인한 이익은 수수료이익(비이자부문)으로 잡히는데 카카오뱅크는 설립 3년 만에 비이자부문서 흑자를 냈다. 2020년 3분기 수수료 수익은 41억원으로 집계됐으며 2021년 1분기 576억7천700만원으로 6개월 만에 약 130.7% 성장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런 플랫폼 시장에 큰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뱅킹 비즈니스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둘 사이의 시너지를 통해 성장할 것"이라며 "금융플랫폼 또한, 다른 플랫폼들처럼 승자가 모든 비즈니스를 독식하는 '승자독식' 형태로 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은행은 은행일 뿐…회의적 시각도
그렇지만 카카오뱅크 공모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만은 아니다. 금융산업이 과거와 다르게 핀테크·빅테크와 경쟁서 예전만 못한 상황서 카카오뱅크도 이 시대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는 회의적 견해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선정 시 참조된 비교기업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플랫폼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 위해선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적이며, 높은 대출성장과 큰 폭의 마진확보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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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비즈니스의 핵심은 결국 예대마진인데 대출 포트폴리오가 개인에게 집중됐다는 점, 기업과 개인사업자 영역서 이미 지역망을 촘촘히 갖춘 기존 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냐는 반문이다.
특히 대출 신용평가시스템(CSS)에 관한 전문성을 얼만큼 갖췄는지 증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장기적 수익성과 건전성에 관한 의문과도 맥이 닿는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3조1천982억원을 늘리기로 공언했다. 중금리 대출은 연체율이 높아 기존 은행도 애를 먹어왔던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