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도쿄올림픽이 개막했다. 개막식의 절정은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다. 전 세계 스포츠 스타의 모습을 한 번에 본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비록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이더라도, 무관중 상황이라도 흥분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사는 저마다 눈에 띄는 구성과 그래픽으로 시청자의 눈을 잡아끌려 했다. MBC는 선수단 출신 국가 소개에 접종률을 표기했다. 그것이 시청자에게 꼭 전할 가치가 있는 정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올림픽 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선수단 규모 차이는 있을지언정, 적어도 올림픽 무대에서 국격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스포츠맨십이 존재할 뿐이다.
도쿄올림픽에는 난민 선수단이 출전했다. 복잡한 국내·외 정세 때문에 타국에서 난민이 되었고, 열악한 상황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 이들이 어떤 고난을 겪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내전과 전쟁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은 국가 출신의 선수에게 전 세계가 응원을 보내는 이유는 그 무대가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그걸 미디어만 모르는 것 같다.
백신은 코로나19 유행의 해결책이다. 백신 접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국가가 여전히 많다. ‘백신 무기화’라는 말처럼 백신은 해당 국가의 경제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상징한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대개 경제력이 높은 ‘선진국’이고, 접종률이 낮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못사는 국가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 및 접종률은 ‘국가 줄 세우기’의 수단으로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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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표기는 그래서 무책임하다. 접종률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해당 국가의 이미지는 과연 무엇으로 남게 될까. 그리고 이를 본 해외의 시청자들은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이것이 국민의 알권리인지, 아니면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때때로 떠벌리는 것보다 입을 다무는 게 더 강한 메시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