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백신은 총 7천9백만 명분이다. 화이자 및 노바백스 등을 통해 6천9백만 명분을, 코백스 퍼실리티(여러 제약기업이 생산한 백신에 대한 공동구매를 신청한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1천만 명분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관련해 6일 0시 기준 총 99만9천870명이 1차 접종을 받았고, 2차 접종자의 수는 총 2만7천691명이다.
문제는 백신 공급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백신 생산국을 중심으로 백신 수출 제한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아직 백신 접종률이 5.8%에 불과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백신 수급 불확실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가 기 확보한 백신 물량의 공급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원활치 않아 수급이 불투명해지면 당장 예방 접종 계획에 차질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실 백신 부족은 상용화 이전부터 예상됐다. 작년 5월 개최된 세계보건총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진단기기, 치료제, 백신 등을 공평하게 사용하자는 지식재산권의 허들을 낮추자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대응 촉진 네트워크(ACT Accelerator)’를 발족,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 접근권을 넓히려 하고 있지만 현 백신 부족 현상을 해소키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는 경제 논리와 무관치 않다.
미국, 캐나다, 일본, EU 등은 개발사들의 백신 개발 과정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지원 조건은 명확하다. ‘일정 정도의 도즈(1도즈=1회 접종분)를 우리한테 달라’는 것. 일례로 미국은 1억 도즈를 요청하면서 15억 달러(약 1조6천800억 원)를 모더나에 투자했으며, 화이자에도 1억 도즈를 사전 협상해 19억 달러(약 2조1280억 원)를 지원한 바 있다. 막대한 연구 지원을 대가로 백신을 확보하는 이른바 ‘입도선매’는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국가라야 가능하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부터 ‘돈 많은’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백신을 ‘싹쓸이’하자,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백신 공급 불확실을 우려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가 실효성을 갖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0월부터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필두로 개발도상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트립스, 즉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일부조항의 유예를 제안했다.
트립스 유예안의 골자는 지적재산의 독점을 지양해 백신 제조 방법을 전 세계로 공유, 백신 생산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백신 개발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특허, 저작권, 생산 이슈 등의 복합적 요인을 고려하면 트립스 유예안 실현은 다분히 이상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졌다.
관련해 WTO는 작년 말까지 트립스 유예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해 12월3일 TRIPs 위원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됐다. 회의에서 이미 백신을 확보했거나 하려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은 트립스 유예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저소득 국가들의 유예를 하자는 찬성 쪽에 섰지만, WTO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가 미국·유럽 등임을 감안하면 회의 전부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우리나라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찬성 입장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백신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와 백신 확보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모더나·얀센·존슨앤드존슨 등과 협상을 벌여 추가 백신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상품’으로써 백신 확보가 얼마나 많은 ‘판돈’을 내미느냐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운용 가능한 예산의 수준과 이를 얼마나 빨리 집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 복병이다. 당분간 백신 수급 악화를 피하기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