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점검 필요"

"소비자 보호 효과 안 커...인접 거래 지역·연대책임 등 충분한 논의 필요"

인터넷입력 :2021/07/23 19:38    수정: 2021/07/23 20:50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플랫폼 업계는 적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의무 조항엔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후원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특별세미나에선 ‘전자상거래법 적용 범위와 차등적 규율의 적절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부교수는 “과거 전자문서를 이용한 거래에 얽매이지 않고, 비대면 전자상거래 특성에 맞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장 교수는 현행 전자상거래법과 달리, 전부개정안에선 인접 지역 거래에 대해 법을 확대 적용하는 데 강조점을 뒀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2002년 전자상거래법이 처음 시행됐을 당시엔 전단지로 음식점을 홍보하고 배달하는 식의 영업이 빈번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어디까지를 인접 지역 거래로 볼 것인지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장 교수 입장이다.

가령 배달앱의 경우 배달음식을 판매하는 사업자도 전부개정안에 따라 신원정보 제공의무를 부담하고, 앱 운영자는 정보 확인 후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토론에 참여한 법무법인 율촌의 한승혁 변호사는 “배달앱 등이 활성화된 요즘 인접 지역 거래의 범위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며 “인접 지역 판매거래를 비대면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상거래가 아닌 우편∙카탈로그 등 거래를 하는 사업자에게만 인정하는 입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 업계는 이번 전부개정안의 입법화를 위해선, 좀 더 충분한 이해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 등과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 전부개정안 조항엔 메스를 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 대리주부의 이봉재 부대표는 “배달, 택시, 가사 등 여러 형태의 플랫폼이 존재한다”며 “대개 오프라인에서 개인(가사도우미)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온라인에서 매개하는 O2O 서비스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자상거래법으로 이를 포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주부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자상거래법상 연대책임 및 정보제공 등 의무를 부여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사진=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이현재 이사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판매자(입점업체)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인접 지역 거래에 연대책임을 묻는 (전부개정안) 조항의 적용은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재 이사는 “배달앱은 소비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좁은 지역 내 즉시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2~3만원 내외 소액 거래를 중개한다”면서 “전단지를 통해 주문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단순히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의민족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배달앱을 거래 상대로 오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연대책임을 부여하는 건 맞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 이사는 연대책임을 확대할 시 소비자는 입점업체보다 플랫폼 사업자에 1차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에 사업자는 입점업체에 대한 엄격한 선정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부개정안이 소비자 보호 효과도 크지 않을뿐더러 플랫폼 이용자(입점업체)에 대한 피해를 외려 증가시킬 수 있단 얘기다.

관련기사

석동수 공정위 전자거래과 과장은 “O2O 서비스 사업자도 용역거래 대상자로,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아왔다”며 “이번 전부개정안이 개인 판매자에게 공적 의무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석 과장은 “연대책임의 경우 소비자 보호 하에 플랫폼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일 뿐, 판매자(입점업체)와 소비자(플랫폼 이용자)에게 법적인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