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9일, 정부는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사상 초유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안’을 발표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플랫폼 덕분임을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비대면 플랫폼이 있기에 물리적으로 모이지는 못해도 컨텐츠의 공유와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공공 및 교육기관의 행정이나 민간의 경영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자주주총회(이하 전자주총)가 산업계에서 가지는 의미는 더욱 부각된다. 전자주총은 단순히 섀도보팅 제한의 해결 수단을 넘어, 팬데믹 상황에서도 기업의 지속적 거버넌스와 합리적 경영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서비스나 시스템이 비대면화 될수록 신원 확인을 통한 경제주체 간 신뢰확보는 더욱 중요해진다. 2020년 6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확산 전략’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투명성과 불변성의 가치를 확립해 신뢰기반 서비스를 확산하려는 정부의 취지가 잘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전자주총을 진행하려면 주주명부가 전자주총시스템에 먼저 업로드돼야 했고, 더불어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주주들이 신원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이 때 신원 확인에 꼭 필요한 정보 외의 추가적 개인 정보가 함께 전달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 또한 폐지돼 새로운 인증 기법에 대한 사회적 니즈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제 전자주총에서도 정보 보안을 강화한 혁신적 인증 기법이 필요해졌다.
DID(Decentralized ID)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신원 확인’ 기술로 온라인상에서 개인 스스로가 신원증명(신분증명), 자격증명(각종 제증명), 소유증명(계좌보유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공인인증서가 일부 제한적으로 제공하였으나 폐쇄성 문제와 확장성의 부재로 새로운 서비스 체계가 필요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여 온라인상에서 이해관계자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바로 DID 기술이다. 국내 DID 연합체는 그간 신원증명 및 자격증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으나, 신뢰 네트워크 기반의 소유증명으로 DID의 적용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과기정통부의 ‘블록체인 기술 확산 전략’이 ‘7대 시범 분야의 선정’과 ‘DID 집중 육성’을 골자로 하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DID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투표와 코스콤이 공동 수행하는 ‘DID 주주증명 기반 비대면 전자주총시스템’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 확산 전략’과 ‘디지털 뉴딜 종합 계획’의 일환이다. 개인의 DID 앱에 저장된 주주증명을 기반으로 신원 및 소유를 확인하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주주명부를 전자주총시스템에 전달하지 않으므로 불필요한 개인 정보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
또 주주증명이 간편해지므로 주주들의 주총 참여 및 의결권의 직접 행사가 강화될 수 있고, 신뢰성 있는 비대면 주총의 확대로 ESG 경영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700여 개 상장사에서 전자주총시스템을 사용 중인 만큼 전자 주총을 위한 DID 인증은 확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안면인식과 같은 생체인증 방식과 결합됨으로써 DID 인증의 보안성은 강화되고 안건 의결 시 찬성자들의 신원 확인도 더욱 편리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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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기대하는 가운데, 법적 수용과 기술 및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다. 우선 DID 앱을 통한 인증을 상법상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의 행사’에서 요구하는 본인 확인 또는 전자 서명의 방법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DID 표준의 확립이 시급하다. 표준이 확립되지 않으면 서비스 제공 기관마다 서로 다른 DID를 구현하여 다수의 앱이 설치될 수 있다.
DID의 활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편리함이다. 제각각의 서비스에 적용되어 서로 호환되지 않는 인증 기술은 신원 확인의 혁신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사용자에게 혼란과 불편함만 주게 될 것이다. 과거 각각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서비스별 인증을 달리했을 때, 사용자들이 지불했던 인증 비용이 그대로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DID 표준이 잘 정립된다면 사회적으로는 데이터 주권 실현을 앞당기고 국가적으로는 DID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전자주총을 비롯한 다양한 비대면 신뢰 플랫폼을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ESG 경영 확립 및 국가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DID 기술을 잘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신원과 자격증명을 넘어 소유증명으로 DID의 활용성이 확대된 주주증명기반 주총서비스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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