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서 점검을 통해 그동안 불합리하게 여겨졌던 계약서 문제 조항들이 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합동으로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서를 점검하고 시정을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한 지역 배달대행업체 163곳(주요 플랫폼을 이용하는 배달기사 50명 이상 업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기존 계약서에서는 ▲배달료 미기재 ▲일방적 수수료 변경 ▲불합리한 배상책임 규정 ▲계약해지 후 경업금지 의무 부과 ▲배달기사의 멀티호밍 차단 ▲일방적 계약 해지 등 여러 문제조항들이 드러났다.
먼저 배달료 미기재를 살펴보면, 다수의 계약서들은 배달기사가 받아야 할 배달료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아 배달기사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졌었다. 정부는 앞으로 가급적 기본배달료는 계약서 내에 명시하고, 배달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상황에 따른 추가금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방적 수수료 변경 건의 경우 일부 계약서들은 업체의 건당 수수료를 100원~500원 등 범위로 정하고, 변동이 가능한 사유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아 업체가 범위 내에서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었다.
정부는 계약서에서 건당 수수료(율)를 명확히 정하고, 수수료의 변동이 필요한 경우 그 사유와 금액을 계약서 내에 명시하도록 했다.
불합리한 배상책임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다수의 계약서들은 사고발생 시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업체의 책임을 완전히 면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번 점검 계기로 배달업무 수행 중 사고 발생 시 업체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업체가 책임을 분담하도록 개정됐다.
또한 다수의 계약서들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계약해지 후 경업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영업비밀의 보호라는 목적을 모두 고려해, 경업금지 의무는 인정하되 계약이 존속되는 기간 동안만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배달기사의 멀티호밍 차단도 개선됐다. 일부 계약서들은 배달기사가 여러 배달대행업체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지만, 배달기사가 여러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업무를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일방적 해지에 대한 부분도 개선됐다. 다수의 계약서들은 배달기사의 단순한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분쟁의 발생을 이유로 해 통지나 항변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개선 후에는 배달기사의 단순한 계약상 의무 위반은 업체가 사전에 통지하고 시정 및 항변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으며, 계약의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사항 등에 대해서만 즉시 해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의 점검으로 124개(76.1%) 업체는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거나 계약서를 자율적으로 시정하기로 했다.
111개(68.1%) 업체는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고, 13개(8.0%) 업체는 공정위·서울시·경기도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에 사용하던 계약서 중 불공정한 조항을 자율적으로 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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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표준계약서 채택과 자율시정을 모두 거부한 17개(10.4%) 업체들에 대해 향후 배달기사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치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해당 업체들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보다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거나 계약서를 자율시정 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업체들은 연내 이를 이행할 예정이며, 서울시·경기도는 향후 이들 업체들이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