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우리가 연애를 하는 이유’·‘짝사랑 숨기면서 짝사랑하는 법’.
제목만으로 설렘을 준다. 2017년 출범한 영상 콘텐츠 제작회사 플레이리스트가 내놓은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연플리)’ 에피소드다. 20분 내외 짧은 영상(숏폼 콘텐츠)이 MZ세대 기호에 딱 들어맞았다. 인기에 힘입어 시즌4까지 제작됐다.
연플리 외에도 ‘에이틴’·‘인서울’·‘이런 꽃 같은 엔딩(꽃엔딩)’ 등 출시 작품마다 연신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웹드라마 제작사 최초로 MBC와 공동 제작한 ‘엑스엑스(XX)’는 올 초 기준 누적 시청자수가 약 1억명에 달한다.
지난 19일 지디넷코리아는 서울 강남에 있는 플레이리스트 사무실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플레이리스트의 지향점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아시아의 디즈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플레이리스트는 연플리, 에이틴, 인서울, 꽃엔딩 등 그간 선보인 드라마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한 ‘플리버스(플레이리스트 유니버스)’를 만들면서 글로벌 콘텐츠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
누적 조회수 '7억뷰'…연플리가 사랑받은 이유
연플리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원래 네이버 스노우 앱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짧은 드라마였다.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켰다. 10~20대를 넘어 직장인들을 매료시켰고, 누적 조회수는 어느새 7억뷰를 웃돌았다. ‘러플리(플레이리스트 애청자)’들은 시즌5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연플리에 힘입어 에이틴도 10대들을 사로잡았다. 6억뷰 가까운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리나 플레이리스트 마케팅 팀장은 이처럼 플레이리스트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공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Play your story)’가 플레이리스트 슬로건이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드라마로 쉽게 그려보자는 의미다. 연플리와 에이틴, 인서울, 트웬티트웬티 등 모든 작품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연플리·에이틴 등 플레이리스트 드라마 '한 공간'으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등 마블 IP 기반의 작품을 하나로 집약시킨 작품이다. 마블을 공통분모로 한 장소에 모인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도 유사하다. 모두 박태준 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독자들은 ‘두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한다.
“세계관 최강자를 가린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영화, 만화, 드라마 등 각기 다른 가상 세계 속 인물들의 만남을 바라는 독자들의 소망이다. 서로 다른 작품 속 인물들이 한 세계관에서 만난다는 이 단순한 생각이 근래 콘텐츠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도 여기에 무게를 뒀다. 지난 10일 공개한 ‘플렌즈’ 영상에선 꽃엔딩, 연플리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연플리 배경이 되는 서연대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이 꽃엔딩 속 존재하는 회사인 레반컴퍼니에 입사한다는 설정이다.
“에이틴 배경이었던 서연고의 학생들이 서연대로 놀러 가는 티저영상을 보고 착안해 ‘플리버스’를 생각해냈다. 이 개념을 좀 더 확장해보면, 시청자들이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가 곧 현실로 다가갈 수 있는 세상”
플리버스는 플레이리스트와 유니버스(세계)를 합친 단어다. ‘현실 이상의 현실’을 그려내겠다는 플레이리스트의 야심 찬 기획이다. 플레이리스트 드라마 속 각각 배경이 되는 서연고, 서연대, 연리고, 연리대, 레반컴퍼니, 카페 리필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인서울 등장인물이 연플리에, 꽃엔딩 주인공이 에이틴에 불쑥 나타날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이런 세계관을 담은 ‘플리버스맵’을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신작 ‘팽’의 배경이 되는 클럽플레이도 플리버스맵에 속했다. 플레이리스트가 향후 공개할 모든 드라마가 플리버스에서 자유롭게 세계관을 공유한다. 연플리 주인공이 팽에 등장할 수도 있다.
앞서 공개한 플렌즈를 필두로, 플레이리스트는 다양한 플리버스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청자와 소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리나 팀장과 김지연 디자인 팀장은 ‘플레이리스트 드라마가 곧 현실로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을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동떨어진 세계가 아닌,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플리버스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서연고 학생이 서연대로 진학하고 곧 취업 준비생이 되는 세상. 서연고, 연리고 학생들이 카페 리필에서 만나 레반컴퍼니 취업설명회에 참석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
플리버스 타고 ‘아시아의 디즈니’로
플리버스를 토대로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플레이리스트는 방점을 찍었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 건, 곧 단순 회사 외형 확장보다 웹 콘텐츠 시장 신흥 강자에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유수의 종합 IP 회사로 뻗어 나가겠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진일보한 글로벌 회사로 발전하겠다는 얘기다.
플레이리스트는 출범 4년 만에 글로벌 누적 조회수 31억뷰, 전 세계 구독자 1천4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회사는 영화, 연극 등 IP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네이버웹툰 등 양질의 웹툰, 웹소설을 웹드라마로 만들어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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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윤현기 책임프로듀서를 영입한 건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숏폼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살려, 중년층까지 아우르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겠단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동현 플레이리스트 PD는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좋아할만 한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계속 제작하겠다는 각오다.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에선 트렌드를 빠르게 익히고,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시청자 선호도에 맞게 풀어내는 노력을 거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