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 지원"vs"골목상권 침탈"...부동산플랫폼 직접중개 갈등 격화

[이슈진단+] 기회와 위기 기로에 선 부동산 중개 플랫폼

중기/스타트업입력 :2021/07/17 08:30    수정: 2021/07/17 16:29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직접 중개 서비스를 가시화하자, 직방과 공인중개사협회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 6월 직방이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를 발표하며 촉발됐다. 온택트파트너스란 직방이 공인중개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직방 플랫폼 내에서 거래까지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거래 성사 시 직방이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 절반을 사용료로 받는다는 것이 골자다.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가 공인중개사 지원과 기회 확장에 기여하며, 직접 중개가 아니라는 입장이나, 협회는 제휴 중개사가 수수료의 절반을 직방에 내야하는 것은 ‘사실상의 직접 중개’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직방, 직접중개 두고 공인중개사협회와 갈등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4일 ‘대형 부동산플랫폼의 중개업 진출 결사 반대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상생과 협업이라는 허울좋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중개업자의 생존권을 빼앗고, 영세한 골목상권마저 죽이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직방이 기존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에 한계가 오자 직접 중개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직방은 2019년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네모’ 운영사 슈가힐을 인수해 ‘네모인’이라는 중개법인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부동산 중개 기업 ‘인프라플러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인프라플러스는 서울, 경기 지역 아파트, 오피스텔 등 매물을 직접 중개하는 ‘부동산 다이어트’ 플랫폼 운영사다.

집토스, 다윈중개 등 직접 중개 스타트업들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도 직방이 새 사업 모델을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집토스는 지난 달 서비스 출시 4년만에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 설립된 다윈중개도 ‘매도인 무료, 매수자 반값 수수료’를 내세워 1년만에 등록매물 5천건을 달성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직방 "온택트파트너스 직접 중개 아냐, 중개사 기회 확대 기여해"

부동산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직방은 ‘직접중개를 통해 중개업자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중개업계의 우려에 “온택트파트너스는 직접 중개 모델이 아니며, 계약을 통해 공인중개사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기 위한 고안된 지원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중개업자는 하루에 방문 손님을 2명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서는 3~4배 이상의 고객을 만날 수 있고, 이는 중개업자의 기회 확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는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 미개업 공인중개사에게는 연간 5천만원의 창업 준비금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핵심 골자인 '거래 수수료를 중개업자와 직방이 절반씩 나눠가진다'는 계약 내용에 대해 직방 측은 "직방이 받는 것은 수수료가 아닌 온택트파트너스 제도 사용료"라면서 "제휴 공인중개사는 직방이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직방이 100억대 SGI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거래 사고 발생 시 인정되는 소비자 피해 전부를 보상한다. 중개사가 중개업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이용료를 받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실상 직접 중개...직방이 골목상권 침해할 것"

갈등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그러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온택트파트너스를 비롯한 직방의 중개 기업 인수 등 행보는 사실상 직접 중개 거래 진출이며, 플랫폼이 자본과 정보 등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공인중개사의 보수를 부당하게 나누고 있다고 반발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직방은 네모 중개법인을 통해 중개를 해왔다. 지난달 발표한 온택트파트너스는 이제 아파트까지 직방이 거래하겠다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직방이 온택트파트너스에서 미개업 중개업자에게 5천만원의 창업준비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기존 중개업자와는 선을 긋겠다는 말"이라면서 "또 직방이 신규 창업 중개사에게 1년간 5천만원의 연수익을 보장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는 다른 중개사무소로부터 수익을 빼앗아 오겠다는 말이다.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거래되는 매물은 한정돼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직방이 직접 중개에 나서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내 사무실 옆에 직방이라는 중개사무소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며 "이제 직방과 경쟁을 해야한다. 대형업체가 골목상권에 해당하는 중개사무소와 경쟁하는게 올바르냐"고 우려했다.

나아가 "직방이 처음부터 중개를 하는 업체였다면, 직방에 돈을 줘가며 광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중개업자들이 낸 광고비로 성장해온 직방이 이제 중개업자들과 경쟁을 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기업윤리상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직방 측은 “온택트파트너스에 대한 오해는 공인중개사협회와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풀고 지속해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나, 협회 측은 “직방과 이미 한 차례 대화를 나눴으나 오해가 아니었다. 중개가 맞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향후 플랫폼 업체의 중개시장 진출 저지를 위한 법적 검토 착수, 서명운동, 집회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도 의견 갈려... "소비자 편익 높악져" vs "공인중개사 생계 위협"

부동산플랫폼과 공인중개사협회 간 갈등에 전문가들도 엇갈리는 의견을 내놨다.

건국대학교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플랫폼들이 가격, 서비스 품질 면에서 차별화돼있어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분야에서도 플랫폼 쪽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기존 중개업자들의 생계 위협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명지대학교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플랫폼 업체가 중개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면서 "10만명이 넘는 개업 공인중개사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플랫폼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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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거주에 대한 부분은 사람들에게 가장 민감한 요소인데, 어디까지가 플랫폼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 밖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프롭테크포럼 등 관련 단체 역시 이번 갈등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