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로 본 부끄러운 게임규제강국 코리아

[이슈진단+] 마인크래프트 19금에 게임 규제법 수면위

디지털경제입력 :2021/07/16 10:34    수정: 2021/07/17 09:11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게임 '마인크래프트 19금' 이슈가 불을 지폈다.

마인크래프트는 저학년 학생들이 즐겨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인기작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존재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로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 또 다시 조롱거리가 된 상태다.

우리나라에는 셧다운제 규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 게임과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 규제 등을 보면 시장은 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구태한 규제를 그대로 적용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19금으로 촉발된 셧다운제 폐지론

'마인크래프트 19금' 이슈는 서비스사인 마이크로스프트(MS)가 기존계정을 성인 전용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전환하려 하자 수면위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성인만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이는 MS가 셧다운제 관련 연령별 서버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큰 문제 없이 마인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던 학생 이용자들은 MS의 준비 부족보다 셧다운제 규제를 오히려 더 탓하며 여성가족부를 겨냥한 비판 글을 쏟아내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지 7년째다.

셧다운제 논란은 폐지 운동으로 확산한 분위기다. 업계와 이용자에 이어 정치권도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운동에 불을 붙였다. 

여성가족부는 수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10년째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문체부의 부모선택 셧다운제가 함께 존재하고 있어 이중규제란 지적도 꾸준하다.

정치권, 셧다운제 폐지 힘 실어

최근 정치권에선 셧다운제 폐지에 힘을 실고 있다. 여야 의원 중 일부는 셧다운제 폐지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25일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18대 국회 때 통과하지 못했던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다시 부활한 셈이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잇따라 셧다운제의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지난 13일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이 개최한 셧다운제 관련 토론회에서  "10년 정도 제도가 유지되어 왔음에도 청소년 여가 활동에 있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도 빈약하다. 제도적인 성과를 측정함에 있어 만족도 조사 외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셧다운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산업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게임에 대한 규제가 해외 서버를 두고 있는 게임과 국내 서버를 두고 있는 게임 사이에 불합리한 차별이 있는 것도 또 하나의 규제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낙연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모님들의 걱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더 큰 저항감만 심어줄 수 있다. 셧다운제에 관한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만능주의에서 탈피하고 게임의 19금화를 초래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술 발전하는데, 옛 기준으로 게임 규제..."게임규제강국, 바로잡아야"

마인크래프트 19금 이슈로 불거진 셧다운제는 규제만능주의 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우리만의 보수적인 규제 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셧다운제 이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과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 등도 규제 대상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 특성상 대체불가능토큰(NFT) 활용이 적합한데, 우리나라에선 등급을 받기가 요원하다. 사행성과 환급성에 대한 우려에서다.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살펴보면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 같은 사이트에서 게임 아이템 등을 현금화할 수 있음에도 다른 기준으로 게임사를 규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업계의 반발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선 기존 법령에 따라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법에 따라 시행 중이란 얘기였다. 이에 셧다운제 폐지와 함께 블록체인 게임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의 게임 진흥과 규제 완화는 자물쇠에 잠긴 것처럼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자리매김한 승부예측 게임 역시 우리나라에선 규제 대상이다.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할만한 장르가 아니었다.

실제 NHN은 지난 달 30일 한게임 승부예측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도 안된 약 8개월만의 일이다. 서비스 종료는 승부예측 게임의 핵심 콘텐츠로 꼽혔던 '픽 거래소'와 '미니 게임' 등을 기존 웹보드 게임 규제로 묶어 금지하면서 사업성이 낮아진 이유가 컸다.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은 간접 충전한 게임 머니로 축구 야구 농구 등의 경기 결과를 예측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다. 이미 해당 게임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수십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셧다운제 외에도 게임 관련 규제 논란이 꾸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정부가 기술 발전과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에 기존 규제의 틀을 그대로 적용한 게 논란을 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을 기회로 다른 규제안도 살펴 바로잡아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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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게임규제강국이다. 과거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됐다"며 "게임은 진흥이 아닌 규제 대상이 된지 오래다.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게임 규제법을 손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S가 관련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와 비슷한 문제로 인해 또 다시 글로벌 조롱거리가 되면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폐지할 것은 폐지해야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중국도 북한도 아니지 않나"라며 "게임 관련 규제 역시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빼고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각 게임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평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