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예고한 마켓컬리·오아시스, 쿠팡하고 어떻게 경쟁할까

배송 인프라 구축·서비스 권역 확대 관건

유통입력 :2021/07/13 09:08    수정: 2021/07/13 12:04

안희정, 김성현 기자

쿠팡이 올해 초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 업계도 상장 바람에 들썩이고 있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가 최근 나란히 투자 유치 소식과 국내 상장 계획을 알리면서다. 

이 두 회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강점으로 두고 있지만, 서비스 지역이 아직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투자금과 상장으로 확보한 실탄은 서비스 권역 확대에 쓰일 예정이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가 어떤 전략으로 전국구에서 활동하는 쿠팡과 경쟁할 수 있을지, 상장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준형 오아시스 사장.

오아시스,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 토대로 ‘물류 효율화’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지난 4월 머스트벤처스 등으로부터 150억원을 투자 받은지 3개월 만인 지난 7일 사모펀드운용사(PEF) 유니슨캐피탈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회사 지어소프트가 한국투자증권 계열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조달한 자금까지 합하면, 오아시스는 1천억원가량의 유보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어소프트 역시 작년 재무제표 기준 600억원을 웃돈 현금성자산을 보유하며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기류는 내년 예정된 기업공개(IPO) 흥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IPO 대표주관사는 투자은행(IB) 업계 선두를 다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오아시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2020년 약 17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관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출범 초기부터 흑자 실적을 기록한 까닭에 외부 투자 유치에 보수적이었다. 다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2011년 출범 후 연신 성장곡선을 그리며 순항을 타고 있어서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늘어놓을 채비가 내·외부적으로 갖춰졌단 얘기다.

오아시스는 2018년부터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회사 분기별 온라인 매출 추이를 종합해보면, 2018년 2분기 2억원가량에서 이듬해 1~4분기 순서대로 40억원·82억원·107억원·158억원가량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 매출이 300억원을, 올 1분기엔 500억원을 웃돌았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최근 투자사의 관심을 모은 데 대해 “기업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에 투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의 생활습성이 새벽배송 시스템에 길들여져, 오아시스가 지금처럼 꾸준히 주목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오아시스는 서울 경기 충청 등 수도권 지역으로 한정된 새벽배송을 연내 세종까지 확장하고, 이르면 내년 전국적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영·호남을 아우르는 전국 새벽배송 시스템을 확립하겠단 시나리오다.

회사는 ‘물류 효율’에 방점을 찍고, 다른 기업과 차별화 전략을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재고관리, 수요예측은 물론 실제 배송 등에서 다른 품목보다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며 “많은 이용자들이 오아시스에 신뢰와 사랑을 보내준 덕분에 빠른 시간 내 효율적인 배송 체계를 굳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누적된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를 토대로, 비신선식품까지 곁들여 ‘한 박스’에 고객들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체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어소프트 자회사인 실크로드와 협업해 유통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고히 할 방향이다. 풀필먼트란 상품 보관과 주문, 포장, 주문, 배송 등을 일괄 처리하는 통합 물류관리를 말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선식품에서 익힌 기본기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더한다면, 오아시는 물류 효율화 측면에서 타사 대비 강점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

마켓컬리, CJ대한통운 손잡고 전국구로 확장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F시리즈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한국서 상장하기로 했다. 당초 쿠팡처럼 미국 상장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코스피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방향을 돌렸다.

F시리즈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뿐만 아니라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CJ대한통운이 새롭게 참여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300억원 규모를 컬리에 투자하면서 지난 4월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 전국 확대 MOU에 이어 전략적 투자를 분명히 했다.

마켓컬리는 CJ대한통운과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쿠팡처럼 물류센터를 직접 짓고 운영하기 보다는 외주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동안 수도권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새벽배송을 직접 처리했던 마켓컬리가 전국구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기준 운영 중인 인프라를 활용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을 담당할 계획이다.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신선식품이 CJ대한통운의 거점으로 이동되고, 냉장 차량으로 배송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선 경험도가 낮은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새로운 경험과 함께 마켓컬리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업고객을 잡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생산자 네트워크와 상품 소싱 능력은 마켓컬리만이 자랑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며 "자체 상품 수와 매출 또한 늘어나고 있고, 풀콜드체인 노하우도 쌓이고 있다는 점도 투자사들로부터 인정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상장한 이후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어 이커머스기업들의 상장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쿠팡이 상장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반사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다"며 "이커머스, 특히 신선식품 배송에 대한 비즈니스 가치가 커지면서 상장을 할 수 있는 적기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 전까지 얼마나 빨리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부 수도권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을 빼앗길 대체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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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SG닷컴과 백화점 식품관 등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확대하고 있어 상장을 준비하는 동안에 또 판이 어떻게 뒤집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신선식품 서비스 여부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급부상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취급 상품 수뿐만 아니라 물류 인프라 등도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