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서 "Let’s Play" 외치다...데카콘 ‘야놀자’ 성장 스토리

[백기자의 e知톡] ‘놀이’와 ‘글로벌’ 보고 달린 이수진 총괄대표 6년의 기록

인터넷입력 :2021/07/12 10:39    수정: 2021/07/12 16:48

올해 설립 16년 된 야놀자가 기업가치 10조원 평가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곧 받게 된다는 소식이 인터넷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입니다.

지난 5월엔 국내 증권가에서 이 같은 소문이 나오더니,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야놀자의 투자 유치 소식을 보도하며 기대감을 한층 높였습니다. 현재 막바지 논의 단계로, 이르면 이번 주 계약이 체결된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모텔 청소부였던 이수진 총괄대표가 야놀자를 국내가 아닌 미국 나스닥 상장을 넘보는 회사로 성장 시킨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총괄대표와 진행한 세 번(2015년, 2017년, 2020년)의 인터뷰에서 그가 빼놓지 않고 언급한 키워드는 ‘놀이’와 ‘글로벌’이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야놀자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 기업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 기업을 넘보게 된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2015년 초여름...“안정보다 변화, 다시 시작하자”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2015년은 야놀자가 설립 10주년이 된 해였습니다. 그해 초여름 이수진 야놀자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약간 검은 톤의 피부와 수더분한 인상이 기억에 남는 편안한 만남이었습니다. 표정과 행동에서 겸손함이 묻어났고, 회사 성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느껴졌습니다.[☞2015년 인터뷰 기사 보기]

그 당시 야놀자는 먹고 살 걱정은 넘어선 중견 스타트업이었지만, 더 힘내서 뛰지 않는다면 정체되고 낙오될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그 해 설립 행사 때 회사가 내건 구호가 바로 ‘다시 시작’(Re:Start) 이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는 ‘비장한’ 각오로 읽혔습니다.

“사업 8년차에 위기가 왔어요. 계속 성장해 오다 둔화된 시기가 온 거였죠. 시대는 온라인, 모바일로 급변하는데 오프라인 사업에만 머물러 있었죠...”

당시 야놀자는 숙박 예약 업계에서 단연 1위였습니다. 다만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호텔 등 숙박 서비스들이 별도의 서비스로 파편화 돼 있었습니다. 이에 야놀자의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원활히 연동하는 작업에 힘을 쏟던 시기였습니다.

2015년 야놀자 10주년 행사

특히 이수진 대표는 음지에 머물러 잇는 모텔 숙박 시설을 어떻게 하면 양지화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설을 현대화 하고, 디자인도 밝게 하는 것뿐 아니라, 여행과 숙박을 한 데 묶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고 생각지도 못한 기술이 나오는데 모텔 숙박 시설은 아직도 음지에 머물러 있어요. 그래서 양지화 방법을 고민하다 결국은 대한민국을 놀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설 등을 현대화 하고, 디자인도 다양하고 밝게 하는 데 주력했죠. 2년 동안 여행작가 20명을 통해 1만3천여개 여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행과 숙박을 한 데 묶는 투자도 했고요.”

이 때 야놀자는 첫 투자 유치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수익만으로 외부의 간섭 없이 경영권을 쥐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키울 것이냐, 아니면 외부 투자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일 것이냐를 오랜 시간 고민하다 이제 막 그 결정을 내린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야놀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원을 투자 받게 됩니다. 그 때 이수진 대표가 남긴 말은 이렇습니다.

“저희 야놀자는 10년 후 발전된 놀이문화, 숙박문화의 초석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설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공간을 제공하는 야놀자가 되겠습니다.”

2017년 늦여름...“100미터 고지 올라보니 또 다른 고지가 보이더라”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2017년 설립 12주년 행사에서 야놀자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약 2년 3개월 뒤 삼성동으로 이전한 새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이수진 대표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눈빛이었습니다. 그 동안 받은 투자금만 900억원이 넘었고, 따로 흩어져 있었던 야놀자의 여러 서비스들이 야놀자 하나의 앱으로 통합돼 검색과 예약,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야놀자의 바람대로 숙박 공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자는 곳’에서 ‘노는 곳’으로 조금씩 전환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5년 뒤(2022년) 연결매출 1조원 목표’도 이 때부터 제시됐습니다.[☞2017년 인터뷰 기사 보기]

그 당시 이제 막 100미터 고지에 오른 이수진 대표는 또 다른 고지가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빚을 지는 게 싫어서, 또 간섭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 유치를 망설였던 그는 투자 유치 이후 생각이 180도 바뀌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같았던 조직을 각 분야별로 나눴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했으며, 글로벌 사업과 서비스 고도화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의 김종윤 당시 부대표(현 부문대표)를 영입한 것도 이 때였습니다. 성장 엔진을 장착한 야놀자는 숙박과 관련한 사물인터넷 서비스·기술 수출과,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면 아래에서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그 결실이 바로 동남아 6개국에서 호텔 체인 및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운영 중인 젠룸스와, 클라우드 기반 객실관리시스템 기업인 이지 테크노시스 인수였습니다. 또 호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출시하고, 자판기나 출입문 개폐 등 숙박 시설의 편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 ‘와이 플럭스’을 선보이는 등 야놀자는 숙박과 관련한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야놀자는 2022년 매출 1조원 목표다.

회사의 빠른 성장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이수진 대표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겼습니다. 2년 전(2015년)만 하더라도 퇴근길에 직원들과 편히 맥주 한잔 하며 함께 행복을 꿈꾸고 고민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웠지만, 직원들 얼굴과 이름을 외우기 힘들 만큼 조직이 커졌고 업무 또한 정신없을 만큼 불어나 있었습니다. 야놀자의 성장을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직원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서로 서운한 감정도 싹튼 시기가 바로 이 때였습니다. 한마디로 야놀자는 내부에서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그 때 이수진 대표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내가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오만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직원들도 많아졌고, 일도 바빠졌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게 직장보다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평생을 가져갈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준점을 나를 위해 일한다고 하면 성과도 좋아지고, 본인 삶의 가치도 큰 발전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회사는 이들이 이직을 하더라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20년 겨울의 끝...“나는 초보사장, 야놀자는 스타트업”

야놀자, 젠룸스 인수 자료사진. 왼쪽부터 젠룸스 나단 보우블리, 키렌 타나 공동대표, 야놀자 이수진 총괄대표, 김종윤 부문대표.

두 번째 인터뷰 한 날로부터 약 2년4개월 뒤 또 다른 사무실로 옮긴 이수진 대표를 만났습니다. 대표 직책에서 ‘총괄대표’로 바뀐 그는 회사를 가장 앞에서, 제일 넓고 멀리 내다보고 이끌어가는 오너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5년 전 첫 인터뷰 때만 해도 150여명이었던 구성원은 1천명이 넘는 조직으로 폭풍 성장해 있었습니다.[☞2020년 인터뷰 기사 보기]

그 때 이수진 대표는 자신을 ‘초보사장’, 설립 15년이 된 야놀자를 ‘아직 스타트업’이라고 칭했습니다. “이만한 조직을 처음 이끌어봤고, 글로벌 시장도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아직 모든 게 낯선 초보사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지속 성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회사를 스타트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만한 조직도 처음 운영해보고, 글로벌 시장도 작년에 처음 발을 내디뎠어요. 아직 모든 게 낯선 초보사장이어서 힘든 일도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자생할 수 있는 회사, 우리만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야놀자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놀이터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2019년 연결 매출 3천억원(자체 집계 기준)을 달성한 야놀자는 2022년 연 매출 1조원 목표에 한 걸음 다가와 있었습니다. 숙박을 시작으로 레저, 액티비타와 같은 다양한 놀거리를 추가했고, 다수의 인수합병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야놀자 앱은 여행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찾아보고 예약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슈퍼앱’으로 진화해 있었습니다. 특히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야놀자가 개발한 호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와, 비대면 솔루션 와이 플럭스도 회사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아이템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야놀자 여가 슈퍼앱 입지 강화 위해 모바일 앱 전면 개편

자타공인 유니콘으로 성장한 야놀자였지만 이수진 대표는 여전히 생존을 고민했습니다. 회사 브랜드 인식도 좋아졌고, 기업 가치도 커졌지만 회사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생각을 털어놨습니다. 또 야놀자만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갖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항상 재미있을 순 없지만 아직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만약 지금 이 일을 안 하면 뭘 할까 생각해보면 또 창업을 할 것 같거든요. 그 역시 쉽지 않겠죠. 그래서 야놀자에서 에너지를 더 써서 더 의미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제 청춘을 이 회사에서 보냈고 이제 중년의 나이에 가까워졌지만 야놀자란 기업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요. 2년 뒤에는 야놀자만의 일하는 방식, 기업문화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높은 목표를 갖고 달리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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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2022년) 네 번째 인터뷰를 약속한 이수진 대표는 그 때가 되면 연매출 1조원 달성 목표가 현실화 단계에 와 있고, 직원들이 행복해 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로 성장해 있으리란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또 “우리는 잘하는 사람이 아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란 말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조원 투자 유치와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 소식이 나오면서 회사를 행복한 놀이터로 만들고, 바쁜 일상에 찌든 대한민국을 놀게 하고 싶다던 이수진 대표의 꿈이 실현될지 더욱 기대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내년 인터뷰에서는 이와 관련된 뒷얘기를 이수진 대표로부터 들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