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초보사장 이수진 “야놀자는 행복 놀이터”

“우리는 잘 하는 사람 아닌,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인터넷입력 :2020/02/03 16:09    수정: 2020/02/05 23:10

“이만한 조직도 처음 운영해보고, 글로벌 시장도 작년에 처음 발을 내디뎠어요. 아직 모든 게 낯선 초보사장이어서 힘든 일도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자생할 수 있는 회사, 우리만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야놀자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놀이터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와 인터뷰를 위해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를 찾았다. 어느덧 세 번째 만남이다. 야놀자 창립 10주년 해인 2015년 첫 만남 때만 해도 이 대표는 작은 건물에 둥지 튼, 그야말로 스타트업 대표다운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유니콘 기업 대표다운 ‘아우라’가 은은히 느껴졌다. 두 번째 인터뷰를 했던 2017년 때와는 또 다른 자신감과 선한 여유도 묻어났다.

야놀자는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는 ‘스타트업 아닌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이수진 대표는 야놀자를 “아직 스타트업”이라 정의했다. 또 자신을 여전히 “초보사장”이라 말했다. 국내 직원 수만 1천명이 넘는 회사 대표의 말 치곤 지나친 겸손 같았지만, 여전히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지속 성장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생존을 의식한 말로도 들렸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2015년엔 미래를 보면서도 과거를 많이 봤어요. 2017년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열의에 차 있던 시기였고요. 지금은 미래를 보는 여유나 시간이 훨씬 많아진 것 같아요. 지난 5년 간 힘들게 일하고 높은 목표 설정을 갖고 일해 왔습니다. 이 같은 일하는 방식이 체화될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죠. 이 덕분에 야놀자는 국내에서 충분히 슈퍼앱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해요.”

■ “2022년 매출 1조원 목표... IT 기술력 통해 해외로”

야놀자는 지난해 3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늦어도 2022년에는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박을 시작으로 레저, 액티비티 같은 다양한 놀거리를 추가했고,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 기반도 닦았다.

동남아 6개국에서 호텔 체인 및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운영 중인 젠룸스와, 클라우드 기반 객실관리시스템(PMS) 기업인 이지 테크노시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야놀자는 국내를 넘어 해외 호텔의 객실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여행객들이 어느 지역에서든 객실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마치 통신사가 전국에 통신망과 기지국을 설치해 통신 커버리지를 넓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 자체적인 IT 기술력과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온라인 예약 채널과 자동으로 연동되는 호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도 출시했다. 이 기기에는 야놀자의 신규 자동화 솔루션인 ‘와이 플럭스’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키오스크는 현장 결제에 한정됐지만, 야놀자 키오스크는 예약 이용자들도 사용이 가능하다. 야놀자의 와이 플럭스 솔루션은 모바일에서 숙박 예약과 결제뿐 아니라 로봇 배송 룸서비스, 자판기 이용, 출입문 개폐, 조명 및 가전 온오프 등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숙박 이용객들이 점점 비대면을 원하고, 숙박 업주들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서비스다. 이 역시 야놀자가 해외 진출에 있어 내세우는 무기다.

“우리의 경쟁력은 숙박 관련 빅데이터를 실제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계속 업그레이드 시킨 뒤 출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공급자는 인건비가 올라가니 관리 비용을 낮춰야 하고, 사용자는 친절보다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를 더 원하고 있어요. 야놀자의 비대면 서비스(와이 플럭스)는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죠. 해외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이 큰 B2C 시장보다는, 호텔관리 시스템과 같은 안정적이고 자금이 덜 필요한 B2B 시장으로 공략할 계획입니다.”

■ “자생하면서 사회 기여하는 기업 목표...우리만의 문화 만들 것”

대규모 투자도 받고 성장세도 가파른 야놀자 정도면 이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기업 아닌가 싶지만 이수진 대표는 여전히 ‘생존’을 고민했다. 자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 했다.

기술적으로 서비스 안정화도 이뤘고 새로운 놀이 서비스도 붙으면서 야놀자가 ‘슈퍼앱’으로 진화했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회사가 자생하면서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못 미쳤다는 판단이다. 이에 총괄대표로서 회사 전체 조직을 아우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세세하게 실무에 관여했지만 총괄대표가 된 이후 숫자를 보면서 각 조직이 협업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어요. 인수합병을 통해 융합할 수 있는 고민도 하고요. 회사 브랜드 인식도 좋아졌고 기업 가치도 유니콘을 찍었지만, 회사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는 것,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 행복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창업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왼쪽부터 젠룸스 나단 보우블리, 키렌 타나 공동대표, 야놀자 이수진 대표, 김종윤 부대표

15년 간 한 회사를 이끌어 온 이수진 대표는 아직도 재미있게 일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고, 더 이상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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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재미있을 순 없지만 아직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만약 지금 이 일을 안 하면 뭘 할까 생각해보면 또 창업을 할 것 같거든요. 그 역시 쉽지 않겠죠. 그래서 야놀자에서 에너지를 더 써서 더 의미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제 청춘을 이 회사에서 보냈고 이제 중년의 나이에 가까워졌지만 야놀자란 기업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요. 2년 뒤에는 야놀자만의 일하는 방식, 기업문화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높은 목표를 갖고 달리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수진 대표는 또 다시 2년 뒤 네 번째 인터뷰를 약속했다. 그 때는 연 매출 1조원 달성이란 목표가 현실화 단계에 와 있고, 또 직원들이 행복해 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로 성장해 있으리란 기대와 확신도 줬다. “우리는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란 말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