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인기 인터넷방송인(BJ) 등이 연루된 이른바 ‘코인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관리·감독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튜브·아프리카TV 등 플랫폼을 통해 코인 홍보 영상물을 접한 다수의 시청자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코인 게이트’란?
가상화폐(코인) 사업과 함께 상장을 준비 중이던 A 스타트업의 대표 B씨는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BJ들에게 거액의 별풍선(시청자가 BJ에게 주는 후원금)을 지원해왔다. B씨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BJ들과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B씨와 관계를 견고히 해온 이들이 A 코인에 선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시작됐다. 또 초기 투자자에 아프리카TV 광고대행 자회사 대표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은 확산됐다. 투자안전성이 떨어지는 코인에 이처럼 다수 유명 BJ 등이 최대 수십억원을 상장 전 투하한 데 대해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BJ들은 급기야 방송에서 A 코인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는 유명세를 통해 일반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상장 후 차익을 편취하려는 B씨와 BJ들이 한편이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문제는 초기 발견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대거 속출할 수 있었단 점이다.
물의를 빚은 BJ들은 아프리카TV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고, 유튜브에 핵심 내용을 편집해 영상물을 게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 유튜브 구독자 수를 합산하면 200만명을 웃돈다. 실시간 아프리카TV 방송 시청자까지 추가할 경우, 간접적으로 300만명가량이 코인 홍보 등과 관련한 영상을 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콘텐츠 ‘관리·감독 방안’ 마련해야
이번 논란에 정치·경제 스캔들을 일컫는 ‘게이트’ 단어가 붙은 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물꼬로, 다수 피해자가 대규모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인게이트는 한 BJ의 우연찮은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런 관점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불순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텔레비전(TV) 방송의 경우 오랜 시간 심의를 거쳐, 현 기준점이 생겨난 것”이라며 “1인 콘텐츠 등 새로운 형태의 영상물이 범람하고 있다. 제재를 가하려면, TV 방송처럼 세월을 거듭한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공분을 사는 콘텐츠임에도, 당장 메스를 대긴 어렵단 얘기다. 다만 코인게이트 사건 등이 플랫폼 산업 발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 평론가는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연령대를 보호하고 콘텐츠 관리를 위한 감시 체계를 마련하는 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아프리카TV는 비교적 콘텐츠 관련 통제가 용이하다”며 “유튜브 내용물은 구글 본사에 직접 인터넷주소(URL)를 첨부하는 절차를 밟는다. 빠른 피드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밀듯 쏟아지다보니…“미비한 시스템 개선할 것”
앞서 견해를 종합해보면 코인게이트처럼 잠재적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내용물을 사업자가 모니터링하고, 경고음을 울릴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밀듯 쏟아지는 콘텐츠를 일일이 살피고 관리하기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나오는 내용물을 하나하나 모니터링하고 필터링하는 건 현재 시스템상 쉽지 않은 일”이라며 “크리에이터 협의체를 구성하고, 콘텐츠 제작자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기틀을 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는 올해부터 SBS 보도국장 출신의 방송 전문가를 상근감사로 두는 등 콘텐츠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먼저 시청자 수가 많은 BJ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 이전에 전문가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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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프리카TV관계자는 “큰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분명한 콘텐츠에 대해선 재빨리 조치를 취하는 등 현재 미비한 시스템을 더욱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관계자는 “현재 유튜브 정책상 허용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다”며 ”현혹 행위, 사기, 폭력 등 콘텐츠가 가이드라인에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내용물은 삭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의 계정은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