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 열풍에 메타버스 관심↑...콘텐츠 산업 새로운 가능성

[대한민국 2030 넥스트노멀] ⑨메타버스

디지털경제입력 :2021/05/28 08:38    수정: 2021/05/28 14:43

김한준, 최병준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면서 그 동안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개념이 현실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우리 일상 안으로 성큼 걸어들어온 대표적인 개념중 하나다.

메타버스는 실외 활동에 제약이 생긴 코로나19 시대에 타인과 소통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영상을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행동을 펼칠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행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메타버스가 지닌 매력이다. 지난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처럼 다수의 인물이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 추격전과 액션을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관심 높아져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온택트 시대를 맞아 새롭게 생겨난 개념은 아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업계 관계자들은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새로울 뿐이지 그 개념은 이미 대중의 머리 속에 존재해 왔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는 1992년 처음 등장했다. 소설가 닐 스티븐슨은 자신이 집필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소설 속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대체하는 말로 컴퓨터 기술로 구현된 3차원의 가상 공간을 의미하며 이는 현재 통용되는 메타버스의 개념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크래쉬 표지.

유니티코리아의 김범주 에반젤리즘 본부장은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적 성과로 생긴 개념이라기보다는 이미 있던 기술의 조합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주목 받고 있는 담론으로 봐야 한다. 게임을 통해 아바타나 3D 공간에 익숙해진 MZ세대가 주류로 성장하며 가상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희석됐다는 점도 메타버스로 향하는 허들을 낮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특히 게임업계는 메타버스 개념이 확산됨에 따라 여타 산업군에 깨달음을 주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전부터 온라인 세계에서 이용자의 사회적 관계를 지원하고 서비스 내에 가능한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기술과 전략을 택해왔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콘텐츠 산업과 결합하는 메타버스

과거 메타버스는 증강현실과 가상세계, 거울세계, 미러월드 등 네 가지 개념으로 구분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메타버스 사례는 게임 분야에서 확인된다.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오픈월드 롤플레잉 게임 로블록스는 하나의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블록 형태로 그려진 세계를 누비며 이용자는 자신의 아바타가 될 캐릭터를 조작하며 여러가지를 창작하고 이를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를 대중화한 사례로 꼽힌다.

기업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그 안에서 이용자가 직접 만든 규칙에 따라 많은 이들이 상호작용하며 점점 해당 미니게임이 형성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치 동네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이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서 놀이를 시작하고 점점 그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사례가 수시로 펼쳐지는 셈이다.

최후의 생존자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는 게임 내에 평화지대를 두고 이 안에서 이용자가 마음껏 소통할 수 있게 하면서 메타버스를 구현했다. 이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적을 쏘고 쫓는 액션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진행된 인기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가상 콘서트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20년 4월 진행된 이 가상 콘서트에는 약 1천 23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려들어 게임 내 캐릭터로 구현된 트래비스 스콧의 캐릭터와 호응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된 트래비스 스콧의 가상 콘서트(사진=씨넷)

포트나이트는 이미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실제로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포트나이트가 게임인지 플랫폼인지를 묻는 질문에 "포트나이트는 게임이다. 하지만 12개월 후에 다시 질문해달라"고 답하기도 했다. 게임업계는 이를 두고 포트나이트의 플랫폼화를 염두에 둔 대답이라고 풀이한다.

이 밖에도 데이터센터를 메타버스로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AR 기술로 현실의 사무실을 가상 공간에 구성하고 이 곳에서 아바타로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오가며 업무를 진행하도록 한 스타트업 기업 스페이셜의 사례도 메타버스가 얼마나 우리의 삶 속에 가깝게 다가왔는지를 알게 하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네이버 제페토를 통해 온라인 팬 사인회를 열고 그 안에서 4천 600만 명이 넘는 팬들과 소통하고 사인과 사진촬영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SM은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멤버를 닮은 3D 캐릭터를 제작하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콘셉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가상 게임쇼로 진행된 인디게임쇼 인디크래프트.

매년 인디게임 업계의 주목을 이끄는 게임쇼 인디크래프트는 올해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온라인 가상게임쇼를 진행한다.

인디크래프트 운영 사무국은 "지난해 인디크래프트가 국내 최초 온라인 가상 전시회의 서막을 올렸다면 2021년 인디크래프트는 메타버스로 하나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가상게임쇼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엑솔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가상 게임쇼 게임카니발을 개최했다. 지난 5월 12일 개막한 게임카니발은 참관객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공간에 구성된 게임쇼 현장에 접속해 현장을 둘러보고 다른 관람객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미팅까지 진행할 수 있는 게임쇼다.

엑솔라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PC 클라이언트 기반으로 가상 게임쇼 환경을 제공했지만 접근성을 높이고 여러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는 웹 기반으로 게임카니발을 준비했다. 또한 맥과 모바일 환경에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콘텐츠가 메타버스 안에 담기는 시대 온다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다가오고 있는 메타버스는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메타버스의 부상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소통 문화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콘텐츠산업 2021년 전망 보고서'에는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속 대표 온택트 상호작용 공간으로 부상하면서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진 엔터테인먼트 및 소통 문화가 대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가상과 현실 상호작용의 주요한 수단인 아바타가 더욱 진화하고 AR과 AI를 활용한 아바타가 등장해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라테지 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의 근간이 되는 혼합현실(XR) 산업 규모가 꾸준한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까지 혼합현실(XR)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할 전망이다(사진=스트라테지 애널리틱스)

스트라테지 애널리틱스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XR 산업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배 성장해 약 2700억 달러(약 303조 원) 규모에 달하고 특히 2021년을 기점으로 증강현실(AR)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며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 역시 XR 산업의 성장이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XR 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07억 달러(약 34조5천500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4년에는 약 2천970억 달러(약 334조2천7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메타버스가 콘텐츠 시장을 바꿔 놓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MBC가 방영해 화제를 모았던 VR 다큐멘터리 '너를만났다'를 제작한 비브스튜디오스의 김세규 대표는 지난 4월 30일 진행된 VIT 론칭 시사회에서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는 회사가 개발한 자체 개발 통합제어 솔루션 VIT를 소개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부터 라이브 형태로 이뤄지는 방송이나 공연, 특히 라이브 커머스까지 기존에 사전 제작되는 콘텐츠 보다는 스트리밍 형태로 이뤄지는 플랫폼이 미래 대세가 되고 파급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유티플러스에 투자를 단행한 위메이드트리의 이원열 팀장은 "메타버스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기에 다양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중 다양한 확장성과 이용자 자유도가 높은 플랫폼이 나오면서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널리 퍼지는 듯 하다"라며 "과거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메타버스 플랫폼은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이용자는 개발사도 생각하지 못 한 방식으로 이를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VR 산업은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넥슨과 함께 VR게임 크레이지월드VR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픽셀리티게임즈의 최명균 이사는 메타버스의 대중화가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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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리티게임즈 최명균 이사는 "과거 콘텐츠 시장의 변화 사례를 통해 앞으로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과거 방송국이 제작하는 편성 프로그램을 그대로 소모하던 수단에 머물렀던 TV가 영화, 음악, 쇼핑, 교육 등의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OTT 서비스가 만들어진 것처럼 메타버스가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이끌 매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가상 공간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가상 공간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감상하거나 가상 공간에 자신의 집을 갖고 여기서 생산활동을 하는 등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세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런 시점이 되면 현재 서비스 중인 콘텐츠가 가상 공간을 마켓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진입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