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선언 이후 원격근무, 온라인 학습이 보편화됐다.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인터넷 기업도 일정 인원 재택근무 허용, 4.5일제 근무 등 범유행 종식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이렇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정 내 활동을 보다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스마트홈·IoT 기기에 대한 관심사도 늘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입소스코리아와 진행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5~34세 밀레니얼 계층의 가전제품에 대한 관심도는 1.3배 늘어난 17%로 집계됐다.
강정현 유로모니터 홈&테크 부문 수석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건강·위생을 챙길 수 있는 가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기에 고효율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는 스마트홈 기기 보급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4.5일제 근무/원격근무 확대, 각종 기기에 AI 기능 추가
AI 스피커로 시작된 스마트홈 관련 기기는 냉장고와 세탁기, 감시 카메라 등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대형 업체 뿐만 아니라 중견 가전사들도 다양한 제품 출시로 시장 확대를 노린다.
지난 해 유로모니터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 중 20% 이상이 스마트 중앙 냉난방 시스템과 청소가전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는 에어컨, 냉장고 제품 보유 수가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IoT 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후 스마트폰·태블릿에 IoT 기기 제어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구글 네스트와 연동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노트북 제품인 '갤럭시북 프로'에도 스마트싱스 앱을 탑재해 제어 가능 기기를 확대했다.
LG전자도 냉장고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 스마트 가전제품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씽큐' 앱을 출시하고 적용 제품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 중소·중견 가전 제조사들도 중국·미국 등 해외 시장 판매용 제품에 스마트폰 등과 연동 가능한 IoT 기능을 포함해 출시하고 있다.
건설업체·가전업체 합종연횡 "폰으로 다한다"
스마트홈 구축은 단순히 각종 IoT 기기와 플랫폼을 만드는 제조사 뿐만 아니라 이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사, 그리고 이를 실제 건물에 설치하는 건설사 등 세 당사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별 선호하는 주택 형태에 따라 스마트홈 구축의 주체도 다르다. 미국은 개인주택 비중이 높아 통신사 및 제조사 위주로 스마트홈이 구축되는 반면 한국 및 중국은 아파트 건축이 많아 건설사 주도로 스마트홈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통신사와 가전·전자업체, 건설사가 참여하는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도 새로 건설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방범·보안 등 시설을 모바일 기기와 연계하기 위해 각종 플랫폼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각 건설사마다 독자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하면 오히려 이용자에게 불편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3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동향브리핑' 796호를 공개하고 "건설사와 공급사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단일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보다 더디지만 국내 커넥티드 가전 시장 성장 기대
와이파이와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원격 제어가 가능한 식기세척기, 냉장/냉동고, 자동 건조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오븐, 세탁기 등 커넥티드 가전 관련 제품의 국내 보급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넥티드 가전 판매량은 362만 대 수준(잠정)이다. 2019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던 북미(미국/캐나다) 지역이나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지역과 달리 2018년 이후 정체중이다.
관련 업계는 이런 정체의 원인을 '기능 대비 효용성'에 두고 있다. 스마트홈 제품이 갖춘 기능이 비싼 가격에 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보편화된 스마트TV나 스마트폰 보급률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국내 스마트TV 보급률은 90%, 스마트폰 보급률은 230%를 넘는다. 두 제품 모두 큰 화면을 통한 몰입감, 그리고 각종 앱과 서비스를 통한 편의성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기기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절감 등 경제적 가치와 에너지 효율을 통한 환경적 가치, 가사노동 축소를 통한 편안한 심리적 가치를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생활 침해·보안 문제 우려는 과제이자 '걸림돌'
국내 스마트홈 기기 보급이 더딘 이유는 각종 스마트홈 제품을 통한 사생활 침해, 혹은 스마트홈 제품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취약점으로 인한 정보 유출 우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음성 명령과 사물 인식을 위해 각종 기기에 탑재되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 사생활을 제3자에게 그대로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구글 홈과 아마존 알렉사 등은 출시 초기에 마이크로 수집한 음성 데이터 저장을 둘러싸고 논란을 겪었다.
최근에는 스마트 액세서리 업체 '앵커'(Anker)가 판매한 외부 감시용 카메라 '유피캠'으로 촬영한 영상이 제3자에 무제한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음성·영상 데이터 유출은 사생활 침해는 물론 2차 범죄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홈 기기가 가정 내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것도 문제다. 보안 취약점을 지닌 기기는 가정 내 네트워크에 침입한 다음 다른 기기를 공격하거나 망가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 1월 '2021년 사이버 위협 전망' 보고서를 통해 "보안이 취약한 도어락의 원격 개폐기능을 악용해 가정 내 무단침입을 시도하거나, 취약한 비밀번호가 설정된 IP 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 노출협박 및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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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전환, 홈인테리어 트렌드도 바꾼다
가정 내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각종 상태 확인은 물론 기능 제어까지 가능한 스마트 가전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플랫폼 기반 IoT 생태계도 자연히 강화된다.
강정현 연구원은 "국내 시장은 스마트홈산업협회 등 주요 제조사와 건설사, 통신사를 포함한 각종 업체는 물론 민관협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스마트홈 전환에 따라 각종 제품 디자인도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선되어 홈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