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과는 다른길 간다"...한국의 핀둬둬 외친 이 기업

[안희정의 사심가득 인터뷰]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핫트' 운영 김학수 소셜빈 대표

인터뷰입력 :2021/07/09 10:30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말은 이제 지겹다. 한국의 알리바바, 쇼피파이가 되겠다는 말도 흔하다. 그런데 한국의 핀둬둬가 되겠다는 기업은 처음이다. 그 주인공은 소셜빈이다.

김학수 소셜빈 대표는 "그동안 영원한 1등은 없었다"며 "이베이가 강력할 때 아마존이 등장했고, 국내에선 쿠팡이 나왔다. 중국에서 핀둬둬가 알리바바가 이끄는 이커머스 판을 뒤집은 것처럼, 한국에 핀둬둬 같은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소셜빈은 인플루언서 커머스 플랫폼 '핫트' 운영사이자 고래식판으로 유명한 퍼기, 노멀라이프 등 11개의 자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최근엔 유아 신발 아띠빠스를 만드는 와일드캣을 인수해 외형을 키웠다.

얼마 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기업가치 1천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으로 꼽히기도 했다. 어떤 계획과 포부로 한국의 핀둬둬가 되겠다고 하는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2년 전 인터뷰(참고기사☞창업에 미친 청년 CEO "즐길 수 있는 일 찾으세요")했던 김학수 대표를 다시 한 번 만나봤다.

소셜빈 김학수 대표

기자가 최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학수 대표는 여전히 부산과 서울을 오가고 있었다. 김해에서 시작한 소셜빈은 부산으로 본사 사무실을 옮겼고, 서울에도 거점을 두고 있다.

소셜빈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43%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회사 구성원들도 2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났다.

소셜빈은 여전히 투트랙으로 회사를 운영중이다. 제조업과 인플루언서 기반 커머스 플랫폼 핫트를 운영하면서다. 사업 초반에 유아용품 제조에 집중했던 소셜빈은 자사 브랜드를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확대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제품을 제조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말이다.

핫트는 기존 검색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배송을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써보고 소개한 후 이를 인지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골자로 하는 커머스 플랫폼이다. 하루 1천 건 이상의 딜이 열리고, 월평균 방문자 수는 130만명을 넘어섰다. 구매 전환율은 5%대, 반품률은 1%대 미만이다. 

"2018년 말, 한 소셜커머스에서 퍼기 식판을 판매하려고 하는데, 그 회사 측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식판을 판매 해야 이벤트 화면에 노출시켜줄 수 있다고 하더라. 새벽에 버스 타고 김해 사무실로 오는데 속상하더라. 제품 피드백이 정말 좋았는데, 이정도면 타 플랫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해도 될 것 같았다."

김 대표는 기획자와 함께 바로 핫트 플랫폼을 만들었다. 여기서 자사 브랜드 제품을 판매했다. 가격은 똑같았는데, 타 플랫폼에서 판매할 때 보다 20배 정도 더 팔았다. 비결은 인플루언서 기반 커머스였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베타 서비스를 하면서 인플루언서의 체험과 후기를 바탕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핫트는 광고임을 숨기지 않고 대놓고 드러낸다. 인플루언서 스스로 본인이 써보고 광고할 만한 상품을 선택하는데,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에 상품 후기를 올리고 판매 사이트인 핫트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100만원, 200만원 매출이 나왔는데 정식 출시를 한 2020년 초반에는 1천만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하루에 매출 1억원 정도가 나온다.

"처음에는 소셜빈 제품을 많이 판매했다. 여성 인플루언서 중에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된 분들이 많은데, 저희 제품을 써보고 판매로 이어지게 해 일정 부분 수익을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플루언서와 소통하는 관계고, 이들이 실감나고 솔직한 리뷰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면 신뢰가 갈 것 같았다. 친구 관계에선 흔한 일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싶었다."

핫트는 쌍방향 소통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 커머스에서는 제품이나 콘텐츠를 노출해 소비자를 혹하게 만든다고 하면, 핫트는 질문과 답변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오프라인 판매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뒀다고 말할 수 있다.

핫트

핀둬둬는 최근 가장 떠오르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다.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용자수로 알리바바를 제치며 중국 이커머스 1위 업체가 됐다. 핀도도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빠르게 이용자들을 사로 잡았다.

"해외에서는 핀둬둬가 이런 방식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위챗과 연동해 판매자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리뷰 기반 커머스의 핵심은 제품력이다. 제품이 좋아야지 잘 팔린다. 좋은 제품을 선별해서 소개하는 것이 임무다."

소셜빈은 까다로운 유아용품 제조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제품 검증에는 자신있다. 좋은 품질의 판매 상품을 준비하면, 제품 선택은 인플루언서가 한다. 인플루언서 또한 본인의 이미지에 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꼼꼼하게 고른다. 상품이 핫트에 입점하는 절차도 까다롭지만, 인플루언서의 선택을 받는 것은 더 힘든 과정이다.

"제조사는 시장가가 무너지는 걸 싫어한다. 상생이 중요하다. 기존 커머스처럼 제조사를 압박해서 소비자에게만 싼 가격에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좋은 상품을 많이 팔 수 있게 해 서로 윈윈하는게 중요하다."

김 대표는 코스트코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전략을 핫트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장 좋은 제품을 한 기간에만 대량으로 판매해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핫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고민없이 믿고 살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PB제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코스트코도 PB 매출이 30% 이상이다. 독점 상품 판매가 많이 될수록 이익 구조도 좋아진다. 독일의 알디를 벤치마킹 하고 있기도 하다. 리패키지가 아닌 각각의 전문성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아용품 하면 퍼기가 떠오르고, 생활용품 하면 노멀라이프가 생각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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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빈은 2040세대 여성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확보하고 판매로 연결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핫트에 상품을 노출시키고, 코스트코같은 멤버십을 통해 플랫폼에 락인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쿠팡과는 다른 전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 영원한 일등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당일배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택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상품에 집중하고 파트너들과 협업하면 네이버나 쿠팡과 비교하지 않아도 핫트에서 필요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투자와 상관없이 회사가 끊임없이 유지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현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