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매출 10억원을 찍고, 4년 안에 IPO(기업공개)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이 있다. 세련된 색상과 귀여운 모양으로 유명한 유아용 식판을 만드는 소셜빈이다.
소셜빈은 퍼기 식판과 인디언 텐트를 만들어 SNS에서 이미 입소문을 탄 회사다. 최근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첫 소비재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당시 투자를 이끈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은 “소셜빈은 창업 초기인 2013년부터 특유의 집념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굳건한 사업철학과 실행력을 갖춘 팀”이라고 평가했다. 창업하는데 나이가 중요하진 않겠지만, 30세에 창업 7년 차인 김학수 대표가 궁금해졌다.
설 연휴 전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학수 대표는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는 서울에 미팅이 있다고 말했다. 그날도 강남에서의 미팅을 앞두고 부산에서 서울로 왔다. 소셜빈은 퍼기식판, 인티언텐트, 치아발육기 등을 만드는 제조회사이지만 특정 기업 마케팅, 제품 판매를 대신해 주는 대행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셜빈에 마케팅을 맡기면 매출이 2~3배가 뛰니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셜빈은 김 대표가 대학시절 만든 학생창업기업이다. 창업 전에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무작정 관심 있는 회사에 찾아가 인턴으로 일했다. 또한 정부 지원으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청년 기업들과 이스라엘 VC들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당시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태양광 쓰레기통을 만들어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상도 받았었지만, 전기절약이 강조되던 시기라 상용화는 실패했다.
쓰레기통 아이템을 실패한 후 유아용품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아동 텐트를 만들었는데 결론적으론 이렇다할만한 성공은 못했다. 10만원이 넘어가는 텐트를 온라인 구매로 이끄는 게 쉽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베페(베이비페어)에서는 잘나갔다. 디자인과 제품력을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시장은 노동집약적이라 생각해 부피가 작고 온라인에서 구매가 쉬운 제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치아발육기었어요. 그런데 발육기 또한 텐트처럼 큰 빛을 보진 못했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외주 업무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면서 해외 박람회, 유아박람회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했어요. 포기하기 싫었지요."
한 대기업 프로젝트를 대행하다가 만나게 된 임원이 소셜빈을 좋게 보면서 2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받은 돈으로 고래식판을 개발했다.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초기 물량 5천개가 불량이었다. 1년 넘게 개발한 아이템이었는데 또 실패하나 싶었다.
"5천개 뚜껑이 제대로 안 닫히는 불량이 발생했어요. 갚을 돈도 없었는데 정말 막막하더군요. 힘든 시기였는데 직원들이 절 포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구성원들이 대출 받아 저에게 주기도 했어요. 금형 전문가, 사출 전문가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직접 식판을 판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위메프에 처음 판매했는데, 딜 오픈하고 나서 오후 6시가 되자 5천개가 팔렸더군요."
고래식판을 구매한 사용자의 리뷰가 좋아 입소문을 탔다. 구매자의 97%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하루에 7천개도 팔았다. 10번 정도 진행하니 회사가 일어설 힘이 생겼다.
"이러한 경험들을 데이터화할 수 있었습니다. 고래식판을 판매하면서 여러 회사에서 좋은 제품을 팔아달라고 했어요. 평소에 반려동물 시장에 관심이 많았는데, 미국에서 일년에 3조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사료 판매권도 받게 됐습니다. 소셜빈이 3개월만에 월매출 1억원을 만들었죠."
소셜빈이 위탁 제품을 많이 팔 수 있는 이유는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시스템화 해, 어느 직원이 다른 회사와 미팅을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협상을 끝낼 수 있게 했다.
올해는 반려동물 용품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반려동물 흡착 식판이나 텐트, 조명 등으로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에서는 흡착식판이 더 잘 팔리고 있어요. 태국에도 수출하고 있고요. 올해는 월 매출 10억원을 찍어보려 합니다. 올해 하반기에 추가 투자를 받고, 4년 안에 IPO를 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브랜드 이름을 들으면 믿고 살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직원들에게도 최선을 다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 달에 한 번 씩 홍삼이나 냄비세트 등 직원들의 부모에게 선물도 잊지 않는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게 어색하고 서툰 직원들을 대신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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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대표는 정부와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부가 연구중심 기업에 하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업화 가능성 있는 제품에 대한 지원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세계적 기술 수준에 미치는지 아닌지 보다는 실제 잘 판매될 수 있을지도 바라봐줬으면 해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원하는걸 해야지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덜 생기더라고요. 사업이라는게 쉽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으니 즐길 수 있는걸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