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대출 비교 서비스'를 두고 은행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출 비교 서비스는 플랫폼을 통해 모든 대출 상품을 조회하고, 금리와 한도를 비교해 좀 더 유리한 곳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는 게 골자다. 금융위가 10월 서비스를 목표로 민간과 협력해 준비하고 있다.
은행업계는 그러나 이 서비스가 빅테크나 핀테크 기업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은행권이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런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하는 한편, 플랫폼이 출범한다해도 불참할 뜻을 밝힌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금융위가 이 서비스에 대한 은행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가격 경쟁 심화 ▲핀테크 수수료의 소비자 전가 우려 ▲플랫폼 종속 등의 우려사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아직 세부안이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대출 수요로 시작해 추후엔 고객 접점이 빅테크 플랫폼으로 쏠려 은행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대출 비교 플랫폼에 은행 대출 상품을 안내할 때 핀테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대출 건당 1.5%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 수수료를 부담하기 위해 되려 대출 금리가 오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은행업권서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대출 비교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비교를 원하는 소비자가 빅테크 등 플랫폼으로 진입하게 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그렇지만 금융위는 은행업계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은행연합회만의 플랫폼 구축은 성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권대영 금융산업국장은 "은행서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쓸 거란 이야기를 하는데 네이버는 이번 서비스에서 플랫폼이 될 수 없다"면서 "일단 인프라를 금융결제원에서 만들면 은행이 갖고 있는 채널에서 대출 정보 불러와 대환 대출 비교 조회하고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이번 대출 비교 서비스의 핵심은 플랫폼에 특혜를 주기보단 고객이 보유한 대출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해서 상환할 계좌 만들고, 대환 대출을 할 은행으로 가 돈을 주고 받는 불편함을 비대면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권 국장은 "은행연합회의 독자적인 플랫폼에 다른 업권의 대출을 실을 수 있을까에 대해 의견을 낸 적은 있지만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을 것"이라며 "대출 데이터는 사실상 금융소비자의 것라는 점에서 은행들이 대출 데이터를 독점하기보단 대출자들의 데이터 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출 비교 서비스를 이미 진행 중인 핀테크 사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비교 핀테크와 제휴하지 않아, 대출 금리와 한도 비교 상품군이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캐피탈만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핀테크사들은 제2의 플랫폼이나 세금을 들여 공공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큰 힘을 얻지 못했듯이 공공 대출 비교 플랫폼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핀테크 업계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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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업계 관게자들은 "대환을 해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대출이 발생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핀테크만 수수료로 돈을 벌 것이란 은행 주장은 억측"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대출 비교 서비스에 예비로 참여 의사를 보낸 12개 핀테크사는 핀다·비바리퍼블리카(토스)·NHN페이코·뱅크샐러드·핀크·마이뱅크·핀셋N·핀테크·팀윙크·핀마트·카카오페이·SK플래닛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