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에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빅테크 기업과 IT서비스 업체들이 전략에 따라 주사업자와 협력업체로 역할을 나누고 연합체를 꾸려 움직이는 모양새다. 주사업자를 중심으로 보면 '네이버 진영' '카카오 진영' 'SK주식회사 C&C 진영'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6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한은CBDC 입찰 마감을 일주일 여 앞두고,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주사업자와 협력업체로 역할을 나누고 팀을 꾸려 제안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CBDC 모의실험은 지난해부터 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CBDC 연구 중 3단계(최종)에 해당한다. 한은 CBDC 도입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는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BDC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가상 환경에서 CBDC를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할 수 있는 일련의 업무처리 시스템을 구현하고, 국가 간 CBDC 전송을 포함한 송금 기능과 대금 결제 기능 등을 테스트하게 된다. 사업기간은 오는 8월부터 내년 6월까지 10개월이고, 총 49억6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사업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가 차원의 첫 디지털화폐 실험에 참여한다는 상징성이 큰 만큼 사업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10일 한은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안요청 설명회에는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대형 IT업체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이 설명회에 참석해야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주사업자로 나선 업체는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플러스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SK C&C로 좁혀진 모양새다.
블록체인 기반 CBDC 플랫폼을 확보한 라인과 그라운드X는 사업 공고 이전부터 주사업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CBDC 사업을 잘 아는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주사업자로 참여할 업체는 입찰마감일 전에 미리 참여 의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고 네이버, 카카오가 서둘러 입찰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 라인과 그라운드X 측은 한은CBDC 모의실험에 주사업자로 참여하느냐는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반면 IT서비스 업체들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가지고 주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할지, 아니면 보다 강점이 있는 시스템 개발 및 통합 역량을 활용해 빅테크 업체와 협력하는 전략을 구사할지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최근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SK C&C는 독자적으로 주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LG CNS는 주사업자는 아니지만 빅테크와 협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네이버와 협력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번 사업은 컨소시엄 구성을 허가하지 않아, 하도급 업체로 이름을 올려 협력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IT, 통신, 금융 분야 다양한 기업들이 한은CBDC 모의실험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예상치 못한 협력체 구성이 발표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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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가 차원의 첫 디지털화폐 실험이고 해외송금과 결제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상당히 파급력이 크다"고 평가하며, "IT와 금융 업계 모든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형태로든 합류하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합종연횡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의 입찰 마감기한을 오는 12일 12시로, 같은 날 오후 개찰까지 완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