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였던 크래프톤이 희망 공모가를 낮추는 강수를 뒀다. 예비 투자자들의 여론이 부정적인데다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를 요구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PC와 모바일 등으로 제공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 관련 수익이 대부분인 게임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비교 기업에 디즈니 등을 추가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PC와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짝퉁 게임으로 알려졌던 텐센트의 '화평정영'에 대한 수수료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원게임 리스크'가 부각되기도 했다.
크래프톤, 공모가 낮추고 공모일정 조정
2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기재정정을 통해 희망 공모가와 청약일 변경 등을 안내했다.
기재정정 내용을 보면 크래프톤의 공모 희망가는 45만8천~55만7천 원에서 40만~49만8천 원으로 변경됐다. 주가수익비율(PER)은 45.2배에서 43.8배로 재산정했다.
총 공모주는 865만4천230주로, 규모는 3조5천억~4조3천억 원으로 조정됐다. 앞서 공모가 조정 전 5.6조 원과 비교하면 약 1조 원이 낮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의 시가 총액도 최대 35조736억 원에서 29조1천66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14일부터 27일로 조정됐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일은 다음 달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진행하기로 했다.
크래프톤 측은 "시장의 이해를 돕고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해 기재 정정 후 공시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얻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연결해 간다'는 비전하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과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크래프톤의 주요 주주로는 설립자이자 1대 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16.24%)과 2대 주주인 텐센트의 자회사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15.35%)다.
비교 기업에 디즈니 등 제외...공모가 거품 논란 해소 노력
그동안 투자 및 게임업계에선 크래프톤의 희망 공모가가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크래프톤이 희망 공모가 조정 전 비교 기업에 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넣은 탓이었다.
크래프톤의 수익 구조로 보면 디즈니 등과 비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높은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의혹과 논란이 있었던 이유다. 이 회사가 처음 증권신고서 제출을 했을 당시 기업 가치 산정 기준인 PER로 보면 디즈니는 약 88배에 달할 정도였다.
크래프톤도 이 같은 의혹과 논란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 기재정정을 통해 디즈니 등을 제외한 4개사(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를 최종 비교기업으로 PER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비교 기업 대비 시가총액에 차이가 크다는 점은 여전했다. 실적 대비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으로 보면 엔씨소프트의 두 배(2일 기준 약 18조 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6천704억 원, 영업이익 7천738억 원, 당기순이익 5천562억 원을 기록했었다. 같은 해 이 회사가 비교한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2조 4천162억 원, 영업이익은 8천248억 원이었다.
이 때문에 당장 크래프톤의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단락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기재정정서에 '원게임 리스크'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며 또 다른 우려의 불씨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매출 중 96.7%가 배틀그라운드와 관련 있다고 밝혔다. 매출은 배틀그라운드 PC와 모바일 외 텐센트의 화평정영 기술 수수료 등이 포함된 수익으로 추정된다.
이에 배틀그라운드 관련 매출이 감소할 경우 사업과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거품 논란 속 리스크와 성장잠재력 재평가 받아야
반면 리스크와 별개로 성장잠재력도 다시 살펴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비교 기업 재확정으로 희망 공모가가 소폭 낮아졌지만, 리스크에 가려진 잠재력도 면밀하게 재평가를 받아야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얘기였다.
크래프톤은 자체 IP 기반 신작과 제휴 사업 및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회사는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게임은 출시 전 사전 예약에 1천700만 명이 몰리는 등 흥행에 기대를 높인 상태다. 이 게임의 테스트에 참여한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회사는 배틀그라운드와 다른 방식의 게임도 준비 중이다. PC와 콘솔 플랫폼을 지원하는 SF 서바이벌 호러 장르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오픈월드 슈팅 장르 '프로젝트 카우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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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변모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펍지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데 이어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확장한 '펍지 유니버스' 기반 단편영화 그라운드제로를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인도 게임 스트리밍 로코에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사 띵스플로우를 인수하며 비게임 영역 투자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