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크래프톤이 텐센트가 서비스중인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에 기술 서비스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우회판호로 게임서비스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판호란 중국 게임 서비스를 하는데 필요한 허가권을 말한다. 중국정부기관 광전총국이 발급하는 승인 번호로 매달 신규 판호 현황을 발표한다. 중국게임사는 내자판호, 해외게임사는 외자판호가 부여되는데 사드사태이후 한한령으로 지난 2017년이후 국내 게임업체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를 제외하고 외자판호를 발급 받지 못해 중국 진출이 어려운 상태다.
지난 16일 크래프톤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예비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중국 게임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 항목에서 텐센트의 화평정영에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국내 게임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재무와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매출처별 매출액 및 매출 비중 항목에서는 A사의 작년 매출비중은 68.1%로 높고 올해 1분기에는 71.8%로 높아지는 추세로 높은 집중도를 보인다고 회사 위험에 대해 설명했다. A사는 텐센트로 예상된다. 나머지 30%를 차지하는 B사와 C사, 기타 매출처는 구글-스팀-애플-퍼플리셔(가나다순)등 PC-모바일 다중 플랫폼으로 해석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모바일 중국 버전 절지구생(이하 배그모바일)의 판호 발급이 지연되자 지난 2019년 5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절지구생은 서비스가 중단되었지만 업데이트를 하면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화평정영으로 바뀌면서 당시 우회판호 논란이 일었다.
크래프톤측은 당시에 “두 게임은 서로 관련 없는 별개의 게임”이라고 일축했었다. 또한 로열티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화평정영 수수료가 밝혀지면서 중국 판호와 서비스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부분에서 게임업계에서는 상반된 두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화평정영-배그모바일 비슷해 보여도 게임성 달라 판호-서비스 문제 없을 듯
우선 화평정영의 판호와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이로 인해 기술 서비스 수수료는 안정적 매출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크래프톤의 2대 주주는 텐센트다. 장병규 의장 다음으로 약 1% 낮은 15.3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모든 내용을 밝혀야 하는데 이미 텐센트와 의견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증권신고서에 화평정영 기술 서비스 수수료가 크래프톤으로 들어가는 내용이 나온다. 이 문제로 인해 화평정영의 중국 판호나 서비스에 차질이 생길 경우 텐센트가 상장에 동의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텐센트가 지급한 기술 서비스 수수료는 1조 원이 넘는다. 일반적인 게임 로열티 계약으로 계산시 7:3 혹은 8:2의 배분이 이뤄지니 화평정영의 매출은 어림잡아도 수조 원이 넘는다.
또한 화평정영의 수수료가 밝혀진다고 해도 ‘기술 서비스 제공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로열티는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권리자에게 대가를 지불하지만 수수료는 일을 처리해준 대가로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증권신고서에도 로열티라는 항목은 없고 수수료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평정영과 배그모바일이 다른 게임이라고 크래프톤이 주장하는 이유에는 화평정영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텐센트는 화평정영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 장르를 ‘군사 경쟁 훈련’으로 표기하고 있다. 배그모바일은 배틀로얄 장르다. 또한 배그모바일에서 처음에 등장하는 미국 록히드 전술 수송기 C-130은 중국 수송기로 변경됐다.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도 배그모바일은 혈흔을 보이며 사망하지만 화평정영은 캐릭터가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크래프톤에서 화평정영과 배그모바일이 다른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또다른 이유는 상표권과 저작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평정영의 상표권과 저작권은 텐센트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을 끌어안기 위해 못본 척 넘어 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수수료라는 명목을 앞세웠지만 중국 정부가 화평정영의 판호를 회수하거나 서비스를 중지 시켰을 때 국내의 반중 정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이유다.
화평정영-배그모바일 같은 게임…우회판호 판단시 중국 정부 개입 가능성 높아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에도 밝힌 것처럼 중국내 정치적 문제가 발생시 판호 관련 내용이 수면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텐센트가 받은 화평정영 판호를 크래프톤의 배그모바일 우회판호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빅테크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지난해 11월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 지침’을 들고 나왔다. 중국 정부는 독점적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미 알리바바는 지난 4월 약 3조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또한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텐센트 홀딩스에 반독점법 위반등으로 약 1조7천억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 텐센트가 크래프톤에 기술 서비스 수수료를 주고 있다 것이 밝혀지면서 괘씸죄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퍼블리셔는 우회판호 같은 방식 서비스 형태를 더 바란다는 의견도 있다. 한한령 이전에는 한국 게임사가 로열티를 받는 갑의 위치였다. 게임의 저작권과 상표권이 있기 때문에 중국 퍼블리셔가 서비스를 제대로 안하면 계약종료 시점 이후 다른 퍼블리셔와 계약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한령 이후에는 중국 퍼블리셔는 한국업체에 개발 리소스를 제공 받고 상표권과 저작권은 중국 업체가 가지기 때문에 향후에 한국 업체가 퍼블리셔를 바꾸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 관점에서 반독점으로 해석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크래프톤의 주장대로 로열티가 아닌 수수료 명목 지급은 특허권, 저작권과 다르기 때문에 법률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동일 게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술 서비스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어떤 신기술이길래 1년 동안 1조 원이 넘는 기술 서비스 수수료 지급에 대해 과연 납득할 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로 여전히 일당독재 국가다.
중국 정부가 텐센트와 크래프톤의 관계를 인정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미국쪽으로 기울면 화평정영 판호 회수와 서비스 중지로 한국 게임업체인 크래프톤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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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화평정영을 우회 판호로 결정하고 회수 하게 되면 텐센트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크래프톤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화평정영에서 나오는 수수료만 년간 1조원이 넘고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텐센트는 판호를 받았던 몬스터헌터에 대해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중지 명령을 받고 서비스 시작 5일만에 종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