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탈바꿈한다.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친환경 투자를 추진해 ESG경영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한 파이낸셜스토리 설명회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현재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SK종합화학, 리사이클 기반 화학회사로 전환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키로 했다. 이 사업을 통해 리사이클(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자체 개발한 기술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2027년 기준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의 100%인 연간 250만톤 이상을 재활용할 것"이라며 "사용량 저감과 재활용이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 100% 달성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했다.
나 사장은 "SK종합화학은 2025년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세전 영업이익) 기준 6천억원 이상을 창출할 방침"이라며 "전체 1조1천억원 중 절반을 넘겨 기존 사업을 앞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 사업은 원유정제·트레이딩·석유개발(E&P) 영역에서 '탄소 발생 최소화'를 중심으로 운영 체질을 대폭 개선한다.
모든 사업장을 저탄소·탈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높인다.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개발과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동시에 추진한다.
아울러, 석유 사업이 보유한 주유소와 고객들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도 진행한다.
"ESG에 진정성 보일 것"…탄소중립 2050 이전까지 달성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을 2050년 이전에 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ESG경영의 핵심은 환경이고, 환경의 핵심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ESG에 대한 진정성과 책임감을 상징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 기업 최초로 스코프(Scope) 1·2·3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온도상승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감축, 전사에서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배터리·분리막(LiBS) 사업은 이를 2035년까지 조기 달성한다는 목표다.
석유화학사업은 매각 방식이 아닌,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한 넷제로 달성을 지향한다는 전략이다. 친환경 중심 공정개선, 저탄소 제품 전환, 탄소 포집 등 감축 기술 개발을 통해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넷제로 추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최고경영자(CEO)의 평가·보상과 직접 연계키로 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도 추진한다. 회사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전략 방향성을 검토하고 성과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ESG 관점의 리스크를 사전 검토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넷제로 추진 뿐 아니라 유망 사업 개발과 투자, 중장기 전략 실행 등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ESG경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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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국내와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체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CEO 직속으로 있던 감사실을 감사위원회 산하로 재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실행 의지를 드러냈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SK이노베이션 파이낸셜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ESG경영을 가속하기 위해선 선진 지배구조 구축이 가장 필수적"이라며 "이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회사 전략 방향성 설정, 실행을 관리 감독해 SK이노베이션의 스토리가 흔들림없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