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새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독점금지법과 기업 친화적인 법원 때문에 독점 규제가 힘들다."
미국 상원 반독점소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는 최근 출간한 '독점금지법(Anti-Trust)'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방대법원 인적 구성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의회의 입법 활동을 통해 독점금지법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지역법원에선 또 다시 기업 친화적인 판결이 나왔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것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부분이다. 2012년과 2014년 성사된 두 소송 이후 페이스북은 개인용 소셜네트워크(PSN)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FTC의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FT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패소할 경우 기업 분할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도 걱정해야 했던 페이스북은 법원 판결 덕분에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법원의 이번 판결은 클로버샤 의원이 비판해왔던 대로 '기업친화적인 성향'을 또 다시 드러낸 것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위싱턴DC 지역법원의 판결문을 읽어봤다.
판결문은 총 53쪽 분량이다. 이 판결문에서 법원은 오히려 FTC의 소장에 허점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 "FTC, 시장 규정과 점유율에 대한 명확한 설명 부족"
반독점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쟁점이 된 시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이 때 시장은 제품 시장과 지리적인 시장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소송에서 FTC와 페이스북은 지리적 시장에 대해선 서로 다투지 않았다. 따라서 소송의 핵심은 쟁점이 된 ‘제품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부분이다. 결국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제품 시장의 외부 경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부분이 다툼의 대상이 된다.
법원은 소송의 쟁점인 ‘관련제품 시장’이란 “소비자들이 같은 목적을 위해 논리적으로 서로 호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모든 제품”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어떤 두 제품이 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또 구매자들이 어느 정도까지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는 지도 시장을 규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같은 목적으로 대체 가능하다면 같은 시장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소송은 약간 예외적이다.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시장에 대해 합의된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 대해 규정하고, 페이스북의 독점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FTC 쪽에 있다.
이런 전제 하에 법원은 "FTC는 아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시장은 무엇인가.
둘째. 왜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아닌 것들은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대체하지 못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페이스북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FTC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FTC는 소장에서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사람들이 친구, 가족, 그리고 공유된 사회적 공간에서 관게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경험을 공유하도록 해 주며, 또 그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온라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전문가 네트워크인 링크드인과는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를 비롯해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훌루 등과도 마찬가지 관계다. 서로 같은 시장에 있는 서비스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달리 이런 서비스들은 친구, 가족, 혹은 다른 지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플랫폼으로 보기는 힘들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도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는 다르다고 FTC는 주장했다. 소셜 그래프가 없는 데다, 같은 소셜 공간을 공유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FTC의 시장 규정이 잘못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바이스, 서클 등은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또 페이스북이 이 업체들의 API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 경쟁 방해 행위라고 했는데, 이 또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은 페이스북의 반박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FTC가 시장 점유율과 관련해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FTC는 소장에서 “페이스북이 2011년 이후 미국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지배적인 점유율(60% 이상)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선 페이스북에 필적할 만한 다른 소셜 네트워크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진술만으로는 페이스북이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시장 점유율을 측정했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 "페이스북이 60% 이상 점유" 주장 어떻게 나왔는지 불명확
물론 FTC는 시장 점유율 측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의무는 없다. 하지만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시장 자체가 특수한 분야다. 페이스북이 유료로 판매를 하는 것도 아니며, 해당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이런 근거를 토대로 FTC가 60% 이상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60% 이상이란 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도출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관심 기반 연결’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한 시장 규정 역시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FTC가 마이스페이스, 프렌드스터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서비스 외에 어떤 것들을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볼 수 있는지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부분도 아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런 질문도 던졌다.
“(페이스북이 60% 이상 점유했다면) 나머지 30~40%를 점유한 기업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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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FTC 소장에는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 명기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문제가 되고 있는 반독점 시장이 어떤 곳인지 ▲페이스북이 그 시장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분명하게 서술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도 소장으로는 “페이스북이 독점기업이라는 통상적인 지식에 대해 법원이 고개를 끄덕여달라는 것 밖에 안된다”고 법원은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