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징벌적 규제가 전과자 확대 양산하고 있다"

산업발전·자동차산업발전포럼서 "제도 개선해야" 한목소리

디지털경제입력 :2021/06/29 14:15

징벌적 행정규제가 법규위반 전과자를 확산하고 기업 대외신뢰도 약화와 경쟁력 약화, 경제성장 저해 등 부작용을 양산할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규제의 비용·효과를 정밀 분석하고 평가해 개선하는 한편, 행정규제 개혁위원회를 정부와 국회 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은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6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행정규제 위반자 연평균 52만여명이 기소됐는데, 이는 일반형사범 기소율의 2배 규모"라며 "행정규제 위반자 증가로 2016년 기준 15세 이상 인구 중 26%가 전과자가 됐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징벌적 행정규제가 통상적 행정규제와 달리, 행정상 필요범위를 넘어 사후·처벌적 형벌이나 과징금 혹은 영업정지 등을 부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영미법계 개념을 도입했지만, 해외의 중복제재 배제 원칙과 달리 민사·행정·형사책임을 동시에 묻는다.

정 회장은 "위법행위 못지않게 징벌적 규제 급증으로 전과자가 양산되는 것도 문제"라며 "하도급공정화법에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된 이후 과도한 민사책임을 넘어 행정이나 형사책임을 묻는 법률이 급증한 점, 외국과 달리 만연되는 처벌중복 등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6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관계법상 근로시간, 최저임금, 부당노동행위, 산업안전규정 등 위반 시 우리나라는 2~7년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외국은 처벌규정이 없거나 경미하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근로시간 위반 시 국내는 2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으나, 미국은 아예 처벌조항이 없다. 독일은 1년형, 일본은 6개월형, 최저임금 위반시 국내는 3년형, 미국은 6개월, 독일과 일본에선 벌금형만 부과한다.

정 회장은 "행동수정은 처벌로만 가능하다는 왜곡된 인식으로 주요 사고 발생 시 관련입법이 미비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부작용 검증없이 순식간 강한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드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어 "의원입법은 법안 발의 절차가 쉬운데다 법안 발의로 의원개인이 입는 손해는 거의 없고 홍보효과는 큰 것이 문제"라며 "20대 국회에선 연평균 798건이 입법된 반면, 미국은 연평균 172건(116대 의회), 영국은 42건(2016년∼2017년)이 입법됐다"고 말했다.

과잉입법과 징벌적 규제 양산에 대한 통제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 회장은 "징벌적 행정규제가 과도하면 외국에선 범죄가 아닌 사안이 한국에선 범죄가 돼 기업의 대외신뢰도 약화와 해외사업 위축을 초래한다"며 "다국적 기업의 유능한 경영인들이 국내 근무를 기피하는 추세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6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는 "타인에 대해 불편을 끼치는 행위를 막는 제제방법은 매우 다양하다"며 "대부분은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해결이 가능하고, 설사 법 영역으로 들어가도 민사·행정적 제재수단들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과잉규제를 넘어 과잉범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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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에 따르면, 과잉범죄화의 대표적 예로 성인 4명당 1명이 최소 전과 1범으로 단순 예측시 2030년에는 성인 3분의 1 이상이 전과자가 될 수 있다. 2000년 이후 15년간 이러한 규제범죄가 평균 55%를 차지해 형법상의 일반범죄 발생건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과잉범죄화의 폐해로 헌법상 형벌의 비례성 원칙이 파괴되는 한편, 국민은 하시라도 범법자가 될 수 있어 늘 불안과 억울, 좌절 등의 심리 속에서 생활한다"며 "형벌이라는 무소불위의 도구로 무장한 권력층·법징행자들의 재량과 갑질은 결국 부정부패, 선택적 정의 등의 병폐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