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초심자 배려 나선 대전격투 게임

시스템 단순화 해 진입장벽 크게 낮춰...다소 불합리한 대전 밸런스는 패치 필요

디지털경제입력 :2021/06/24 11:40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 복잡한 시스템에 기반한 쉴 틈 없는 공방으로 입지를 다진 길티기어 시리즈의 신작. 길티기어 스트라이브가 지난 11일 출시됐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장점은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언리얼엔진4에 기반한 게임답게 캐릭터의 동작과 장면 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고 다양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2D 셀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텍스쳐가 더해져 시각적인 즐거움을 극대화 했다.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의 특징은 지금까지 출시된 길티기어 시리즈 중 가장 시스템이 간소화 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최근 길티기어 시리즈가 그래픽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가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게임에 적응하지 못 하고 이탈하는 이용자가 많았다는 점을 의식한 결정이다.

버튼 2개를 눌러 텐션 게이지를 활용하는 가드인 폴트리스 가드와 버튼 3개를 눌러 활용하는 로망 캔슬, 기본기 연계로 구사하는 개틀링 콤비네이션 등의 시스템은 그대로 이어졌지만 이들 시스템의 활용도가 크게 달라졌다.

공중에서 폴트리스 가드를 하지 않아도 상대의 지상 공격을 막아낼 수 있으며, 로망 캔슬은 종류에 상관 없이 텐션 게이지를 50% 소모한다. 또한 빠르게 이어지는 공방 사이사이에 로망 캔슬을 넣고 다시 곧바로 캐릭터를 조작해야 했던 이전 게임과 달리 로망 캔슬이 성공하게 되면 게임 진행이 약 1초간 느려져 느긋하게 반격이나 콤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로망 캔슬의 종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빨강, 파랑, 보라, 노랑 등 네 가지로 구분되며 각각의 판정이 발생하는 타이밍 역시 그대로 이어져 숙련된 이들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활용안은 수정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경된 셈이다.

또한 카운터가 발생했을 때에도 슬로우 모션이 걸리면서 상황을 확인하고 반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점이나 상대를 벽에 가두고 계속 공격할 시 벽이 깨지면서 다른 배경으로 넘어가 화면의 중앙에서 대전이 이어지는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이 역시 초보자가 반격의 계기를 잡았을 때 확실한 화력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구석에 한 번 몰리면 빠져나오지 못 하고 얻어맞기만 하다가 쓰러지는 일이 없게 배려한 흔적이다.

싱글 콘텐츠 분량도 인상적이다. 스토리 모드는 게임의 세계관을 TV 애니메이션을 보듯이 감상할 수 있는 모드다. 게임의 모델링이 애니메이션을 연상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진 덕에 별도의 컷신 영상을 제작하지 않고 인게임 에셋으로 구성됐음에도 만족할만한 품질을 갖추고 있다.

다만 캐릭터 볼륨이나 인게임 밸런스는 다소 아쉽다. 시즌패스 혹은 추후 판매되는 DLC를 의식한 결정이겠지만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로 오랜만에 대전격투 게임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캐릭터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수가 많지 않음에도 출시 초반 대전 밸런스 역시 균형이 잡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전격투 게임에서 강한 캐릭터와 그렇지 못한 캐릭터가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심한 편이다.

유리한 상황을 일방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압박을 심리전이 아닌 우월한 성능을 지닌 기본기를 내미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길티기어 시리즈의 정체성인 '공격 위주의 게임 운영'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또한 공격이 막힌 쪽이 계속해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상황은 방어 일변도로 게임을 진행하는 식의 이용자가 득세해 전체적인 대전 환경이 지루해지는 일을 막아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런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본기나 특수기가 몇몇 캐릭터에게만 부여됐다는 점은 불합리하다. 비공개테스트와 공개테스트를 통해 출시 버전의 밸런스가 수정된 것처럼 지속적인 패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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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슷한 실력의 이용자끼리 대전하게 되면 이런 아쉬움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초심자끼리의 대전에서는 상대를 마구마구 때려가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도 크다.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게임 그래픽만큼이나 소위 말하는 '고인물 게임'이 되버린 대전격투 게임 시장의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가 돋보이는 게임이다. 길티기어 시리즈를 즐겼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시스템이 질려 관심을 잃어버렸던 기존 이용자나 화려한 그래픽에 이끌려 호기심을 지닌 이들 모두 즐겁게 즐겨볼만한 대전격투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