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데이터 연결 넘어 사람 연결로 진화"

HR 플랫폼 ‘잡스’ 9월 출시...경쟁사들에게도 플랫폼 개방

중기/스타트업입력 :2021/06/23 16:35    수정: 2021/06/24 14:34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AI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를 목표로 하는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는 등 AI강국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데이터’는 AI강국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손꼽힌다. 아무리 똑똑한 AI 기술이 있더라도,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속빈 강정’과 같다. 양질의 데이터가 빠진 AI는 IQ가 높은 영재에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교재와 학습지를 주지 않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도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정보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푸는가 하면, AI 기술 기업과 데이터를 수집 가공하는 기업들을 연결하며 실질적인 AI 기술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알고리즘 고도화 필요한 데이터 수집·가공..."25만 라벨러 회원 경쟁력"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

크라우드웍스는 AI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주는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AI기업들이 알고리즘을 고도화함에 있어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하고,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제공한다. 특히 이 회사는 데이터 수집을 크라우드소싱(대중들의 참여를 통해 솔루션을 얻는 방법) 방식으로 체계화 시킨 것이 강점이다. 25만여 명의 데이터 라벨러 회원들이 각자가 편해 하는 장소에서, 본인 선택에 따라 프로젝트에 참여해 각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모으고, 라벨링(전처리) 한다. 회사는 2017년 설립 때부터 매년 200% 이상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AI 시대에 딱 들어맞는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에 성공한 박민우 대표는 “만능 AI는 없다”고 단언했다. 모든 걸 인식할 수 있는 AI가 없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특화된 서비스가 개발되는데, 이 때 필요한 학습 데이터들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웍스 수집/가공 데이터 유형.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얼굴을 인식하는 AI 경우 초등용, 성인용, 외국인용으로 세분화되고 여기에 맞는 이미지 데이터들이 수집된다. 글자 인식도 기존에는 활자체만 알아보면 됐지만 이제는 손글씨를 비롯해 간판이나 상표와 같은 특이한 문자까지 AI가 읽어내야 하는 정도까지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크라우드웍스와 같은 기업들이 AI 학습에 필요한 좋은 데이터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하는 선행 작업이 필수다. “이미 데이터들은 인터넷에 널린 거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작권 이슈로 데이터를 마음대로 쓸 수도 없을뿐더러, 특정 서비스에 특화되고 세분화된 데이터들을 끌어 모으는 건 생각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다.

“크라우드웍스의 경쟁력은 25만 명에 달하는 회원수예요. 후보가 되는 모수가 많다는 건 그 만큼 데이터 수집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뜻이죠. 저희 데이터 라벨러 회원들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많이 필요한 건 아녜요. 오히려 꼼꼼하고 신중한 능력이 중요한데, 이런 것들은 회사나 사람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저희는 라벨러들의 작업 기록들을 분석해 이들이 알맞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런 노하우가 타사보다 월등히 앞서있죠. 일반 직장인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일하는 상위 라벨러 분들은 월 400만~500만원 정도 버실 수 있어요.”

일자리 아닌 일거리 제공...AI기업에 맞춤형 인재 연결 '잡스' 9월 출시

크라우드웍스 데이터 사업.

크라우드웍스는 라벨러 회원들에게 고도의 전문 지식 없이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한다. 한 때 ‘플랫폼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왜곡된 시각도 있었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의 지시를 받아 주어진 임무를 특정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만큼 수행해야 하지만, 크라우드웍스는 다르다. 본인 선택에 따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는 올 9월 ‘잡스’라는 인재 매칭 서비스를 오픈해 고용난과 취업난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크몽’과 ‘숨고’ 같은 플랫폼이 전문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고, ‘알바몬’이 단기 알바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면 잡스는 그 중간의 인재들을 기업들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취업 하기는 싫고, 필요한 만큼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에게 맞는 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구상이다.

크라우드웍스 데이터 적용 산업

“일자리의 기준이 과거에는 4대 보험 납부 여부였지만, 지금은 소득이 얼마 이상 발생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기도 합니다. 저희는 일거리를 만드는 기업이에요.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꼭 그게 일자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니거든요. 이제는 일거리를 통해 흘러가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20대 미취학자들의 취업 의지는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필요한 만큼 원하는 시기에 돈을 벌고 싶은 욕구는 강해졌어요. 이런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일정한 기준과 자격이 갖춰진 사람들이 일하고 정당하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박 대표는 AI 데이터 산업이 향후 5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그 이후의 먹거리를 고민하다 HR 플랫폼 잡스를 생각해 냈다. 데이터 라벨러 회원들의 정교한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연결했다면 이제는 사람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선도기업으로 데이터 산업 생태계 기여하고파...상장 심사서 시장성 평가도 자신"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

또 박민우 대표는 크라우드웍스와 같은 데이터 수집/가공 회사들이 국내에만 700여개 있는데, 이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크라우드웍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도 구상했다. 크라우드웍스가 구축해 놓은 고객 분석, 작업자 모집과 교육, 운영에 필요한 통계 리포팅 등 기업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업계 선도 기업으로써 데이터 산업의 생태계를 더욱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박 대표의 강한 자신감이 배어있는 사업이다.

“저희와 같은 회사가 700여개나 되는데, 이중 10%를 제외하면 플랫폼 자체가 없어요. 진입장벽이 낮은 건데, 이런 기업들조차 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희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공개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저희를 뛰어넘는 데이터 기업이 나온다면, 그건 저희가 아직 부족하다는 얘긴데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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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웍스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2분기 기술특례 상장 심사 계획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은 이제 단순히 좋은 기술만 가졌다고 해서 상장에 성공할 수 없다. 시장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박 대표는 매년 200%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어왔고, 내년 정도엔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우수한 기술력은 물론, 시장성 부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까진 정부쪽 과제 수행 매출 비중이 높았는데, 이를 낮추기 위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 내는 것도 열심히 하고 있고, 잡스와 같은 HR 플랫폼 사업, 경쟁사들이 저희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비정부 매출 비중을 높여 코스닥 심사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