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홈런과 장훈의 독설, 그리고 혁신의 법칙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전통과 혁신의 조화에 대하여

데스크 칼럼입력 :2021/06/21 16:48    수정: 2021/06/22 15: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씹어먹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가 또 다시 홈런을 쳤다. 21일 아침 열린 디트로이트와 경기에서 5회말 투런 홈런을 날렸다. 벌써 시즌 23호. 덕분에 메이저리그 홈런 순위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오타니는 최근 6게임에서 홈런 6개를 쳤다.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건 딱 1경기 뿐이다. 그런데 그 경기엔 투수로 출전해 승리투수가 됐다. 만화도 이런 식으로 그리면 욕을 먹을 정도다.

오타니 홈런포 얘기를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장훈 씨다. 장훈 씨는 통산 3085개 안타로 일본 기록을 갖고 있다. 수위 타자만 7차례나 차지한 전설적인 선수다.

그런데 요즘 장훈 씨는 ‘독설’로 더 유명하다. 올 들어서도 오타니에게 연일 독설을 쏟아냈다. 시즌 전엔 기본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타격 폼 수정 소식이 들리자 “8년간 뭐했냐? 투수나 해라”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그 때마다 오타니는 보란 듯이 건재를 과시했다. 21일 현재 홈런은 23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여기에다 타율 2할7푼2리에 54타점, 10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투수로도 10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둘 모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성적이다. 벌써 MVP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장훈 씨의 빗나간 독설은 공교롭게도 ‘축구 황제’ 펠레를 떠올리게 만든다. 펠레는 월드컵 때마다 ‘엉뚱한 예측’으로 악명 자자하다. ‘펠레의 저주’란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펠레가 우승후보로 꼽은 팀들이 조기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생긴 말이다.

펠레와 장훈 씨의 ‘저주’는 왜 생겼을까?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평가하는 데서 생긴 오류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장훈 씨는 1959년 데뷔해서 1981년 은퇴했다. 펠레는 1956년부터 1977년까지 뛰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당대 최고였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활약하던 시절과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사이 스포츠는 과학적 훈련과 정교한 분석의 시대로 바뀌었다. 가히 빅데이터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덕분에 선수들의 기량도 그 때와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향상됐다.

전통이 부재한 예술과 혁신이 없는 예술 

위대했던 두 선수는 이런 변화를 선뜻 수용하지 않는 듯 하다. 여전히 그 때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고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이건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누구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성공의 과실이 큰 사람일수록 이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 많다.

펠레와 장훈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의 경험’을 무기로 삼거나, 절대 잣대 삼아 현재를 마구 비판하려는 욕구를 제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성취와 지식을 마구 폄훼해서도 안된다. 그 경험 또한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전통에 충실한 사람은 ‘혁신의 힘’을 존중해야 한다. 반면 ‘혁신의 힘’에 감동한 사람이라면, 전통의 무게를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둘은 ‘새의 두 날개’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게 오타니의 성취와 장훈의 독설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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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오랜 금언은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명언이다. 저 금언에서 ‘예술’은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영역을 표현하는 단어로 바꿔 읽어도 될 것 같다.

"전통이 부재한 예술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 없는 예술은 시체와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