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원전으로 번진 脫원전 논란…"값싸고 안전" vs "또다른 핵발전"

[이슈진단+] 소형모듈원전(SMR) 둘러싼 시각차

디지털경제입력 :2021/06/18 15:13    수정: 2021/06/19 00:23

원전업계가 탈(脫)원전 정책의 대안으로 개발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두고 정치권과 탈핵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주목된다.

수십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SMR이 기술과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크기가 작아진 핵발전소에 불과하다며 안전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반대 측 주장이다.

반면에 일각에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일반 원전 대비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한 SMR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차세대 원전 SMR…각국 앞다퉈 키우는 이유는

소형원전이라고 불리는 SMR은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재 펌프·가압기 등을 한 용기에 담은 원전이다.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크기이지만, 발전용량은 수백 메가와트(MW)급에 이른다.

방사선 누출 위험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발전하는 분산전원과의 연계에도 적합하다. 수소 생산과 해수 담수화 등 전력생산 외의 산업에도 접목할 수 있다. 공장 제작이 가능해 구축비용도 저렴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탈석탄을 위한 대안으로 각국이 육성하고 있다. 현재 미국·러시아·중국 등에서 70여종의 SMR을 개발 중이다. 특히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SMR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년 후엔 글로벌 원자력 시장을 SMR이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

정부도 지난해 12월 28일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SMR 개발을 공식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 관계부처·기관도 업계 활성화와 기술력 유지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SMR 노형 개발을 추진 중이다. 두산중공업도 미국 원전기업인 뉴스케일파워의 소형원전사업에 주기기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수원은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SMR과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스마트(SMART)'의 개량 모델을 개발 중이다. 2028년까지 SMR과 관련한 인허가를 획득한 후, 2030년부터 수출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우리가 보유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학연관이 합심해 개발하면 한국형 SMR이 향후 수출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소형원전 둘러싼 與-與 갈등 격화도

국회에서도 SMR 육성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4월 출범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그 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변재일 의원, 이광재 의원, 이용빈 의원, 조승래 의원,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박성중 의원, 정희용 의원, 최형두 의원 등 여야 인사들이 포럼에 함께하고 있다.

탈원전 반대 기조를 펼치는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SMR 생태계 확장에 큰 반발은 없어 보인다. 여권과 함께 국회포럼에 참여하는 의원들도 다수다. 다만, 같은 여권에서 SMR을 향한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SMR이 산악지대가 많고 송배전망이 부족한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할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상당 기간 수소·원자력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에너지 믹스가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에 대해 같은 당 소속인 양이원영 의원은 "탄소중립이라는 옳은 방향에 닿기 위한 해결책의 초점이 잘못됐다"며 송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양이 의원은 여권 내에서도 평소 탈원전 정책 추진에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양이원영 의원은 "SMR과 핵융합의 기후변화 대응효과는 아직 검증된 내용이 없다"면서 "안전 문제와 핵폐기물 문제는 물론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도 불분명하다.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제한 골든타임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가 SMR을 활용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경수로 지원사업과 같이 핵 확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내 집 앞에 원전 입지를 반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권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잘못된 시장 신호로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산업부 원전 R&D 예산 추이.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정부 "SMR, 대형 원전 대안 될 것"…탈핵단체 "에너지전환 흐름 역행"

탈핵단체들도 소형원전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 탈핵시민행동은 "SMR은 수십년 전부터 연구개발돼 온 사업으로, 기술·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음이 수십년간 확인된 사업"이라며 "안전성·경제성·수용성 어느 것 하나 충족할 수 없는 SMR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원자력은 결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안전성 문제 뿐 아니라 해결책이 없는 핵폐기물 문제와 지역 수용성, 낮아지는 경제성을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기후위기 시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통해 에너지전환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전세계적인 추세다. 원자력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은 에너지 전환의 흐름과 추세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대신, 원전수출시장을 통해 원자력업계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SMR 역시 탈원전 정책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 대형 원전이 아닌, 차세대 소형 원전을 육성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원전설비 규모 변화.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는 한편으론 탈원전 기조에 내포된 의미를 거듭 설명하고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여년에 걸쳐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지, 현재 보유 중인 원전 설비의 활용을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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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원전 R&D 예산도 SMR 등의 신규사업 추진으로 인해 2019년 1천66억원에서 2021년 1천651억원 규모로 약 55%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하반기에 한국형 SMR(i-SMR)' R&D를 위한 예타 조사도 시작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7년 24기(22.5GW) 규모였던 원전 설비는 2024년 26기(27.2GW)에서 2030년 18기(20.4GW)로 변화할 전망이다. 설비규모는 실제로 2024년까지 오히려 증가했다가 완만하게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