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훈 코인원 "투자자 보호 위해서도 거래소 숫자 줄어야"

컴퓨팅입력 :2021/06/18 09:56    수정: 2021/06/18 10:10

"어떤 시장이든 사업자가 100개 씩 파편화돼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가 있거나 경쟁력이 부족한 업체는 정리되는 수순이 당연하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도 몇 개만 살아 남을 것이다. 적절한 경쟁속에서 건전한 거래환경이 만들어질 거라 본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는 최근 서울 용산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 도입 이후 예상되는 업계 재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라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는 시장에서 아웃된다. 현재 영업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부가 파악한 곳만 60여 개에 이른다. 한때 200여 개까지 늘었던 것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많은 수다. 이중 대다수가 신고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정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시행되면 정보보호체계(ISMS), 은행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모두 획득한 업체만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데, 현재 두 개 요건을 모두 갖춘 업체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업체뿐이기 때문이다. ISMS만 갖춘 업체는 20개지만, 은행 실명계좌 발급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차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거래소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배달앱이나 P2P 투자앱 같이 다른 시장을 봐도 처음에는 우후죽순 사업자가 생겨나지만, 결국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수가 정리되는 과정을 거쳤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도 마찬가지로 몇 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중개업 특성상 규모가 작은 군소 업체들이 너무 많으면 건전한 시장 조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차 대표는 "거래소는 규모가 중요하다. 어느정도 규모의 거래가 발생해 자금 여력이 있어야 보안에도 투자하고, 투자자를 보호 할 수 있는 게 된다. 또 규모가 작으면 고객을 모으기 위해 어쩔수 없이 좀 더 투기적인 상품, 자극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소규모 업체가 많을 수록) 투기적인 시장이 만들어 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한 개 업체가 시장을 다 장악하는 구조로는 더욱 투자자 보호가 안될 것"이라며 "적정한 규모를 갖춘 거래소 간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보호, 특금법 만으로는 부족...업권법 만들어져야

차 대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금법을 넘어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이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 가상자산 제도화에 필요한 규정을 담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 질서 확립에 필요한 규정을 마련하고, 산업 진흥에 대한 근거를 담은 업권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업계에서 지속되고 있다. 올해 초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우 의원, 김병욱 의원 등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업권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차 대표 역시 "앞으로 가상자산 거래에 세금도 걷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업권법이 마련되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본다"며 "투자자 보호가 가격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질서 확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권법에서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의무를 가져야 하는지,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는지, 코인을 상장할 때 거래소가 어떤 검증을 거쳐야 하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차 대표는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 기업들이 사업을 펼치는 데 있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기업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는 사업을 진행할 때 현행법에 저촉되는지 정부에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데, 요청을 해도 제대로 답변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증권형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는지, 거래소가 상장을 해도 되는지 등을 문의해도 관련 법이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는 식이다. 유권해석을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으면 그 책임은 다 업체가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보수적으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인원,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

업권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사업 확장'은 거래소들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현재 모든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 이외에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코인원은 장기적으로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전진하고 있다. 차 대표는 "언젠가는 전통금융과 디지털금융 사이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코인원은 먼저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금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 사이 가상자산 기반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애써 트레이딩을 하지 않아도 디파이에 예치해 놓는 것만으로 10~20%씩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차 대표는 "우리는 직접 디파이를 운용하진 않지만 이용자들이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디파이에 접근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자 한다"며 "이런 방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금융플랫폼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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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는 끝으로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가상자산이 '혁신이다' 또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논쟁이 끊임 없이 계속되고 있는데 결론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상자산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단언지 않아야 한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지나치게 규제하다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