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도 법정화폐" 특단조치…왜?

국민 70%가 금융 문맹…달러와 투톱체제로 보급확대 노려

인터넷입력 :2021/06/10 09:41    수정: 2021/06/10 15: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화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가격 안정성이다. 가치가 급등락하면 안된다. 달러가 세계 긴축통화 역할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가격 안정성이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은 화폐로 인정받기 힘들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4,829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5월엔 3만 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이런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한 나라가 있다. 남미에 있는 엘살바도르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체 의원 62명 중 19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2019년 6월 1일 취임식을 거행하던 장면.

금융 접근성 떨어지는 국민 위해 '교육 의무'도 함께 규정 

현재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는 미국 달러다. 앞으로 비트코인은 달러와 함께 법정화폐 ‘투톱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당연히 의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엘살바도르는 왜 ‘안정성 제로’인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했을까? 또 안정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법안 속에 담겨 있다.

‘비트코인법’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중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금융 서비스 접근성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엘살바도르 정부 입장에선 금융 서비스 보급 확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문제는 전통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민들에게 비트코인을 어떻게 보급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비트코인 법에선 ‘교육을 실시할 의무’까지 규정했다.

한 마디로 형편없는 금융 서비스 보급률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정책이란 의미다.

이번 법안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발의해 의회에 보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주 디지털 지갑 회사인 스트라이크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스트라이크와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격 급등락 위험 해소위해 '달러와 바로 교환' 시스템 구축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 등락하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법정 통화로 활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법정 통화로 인정됐기 때문에 엘살바도르 내 모든 기업과 매장들에선 무조건 비트코인을 받아야 한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비트코인 결제를 요구했을 때 거절하면 안된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받는 기업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해 반값에 상품을 판매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가 암호화폐의 가격 등락 위험을 감수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대책도 공개했다. 정부는 엘살바도르 개발은행 내에 수탁기관을 설립한다. 상인들이 요구할 경우 이 기관은 바로 달러와 교환해주게 된다. 이를 위해 수탁기관 내에 1억5천만 달러를 비축하도록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아이스크림 판매점 주인이 (비트코인 가격등락) 위험을 떠안기 싫은 데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을 받았다고 해보자"면서 “이 때 그는 아이스크림을 팔 때 곧바로 정부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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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또 “물론 시장에서 교환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정부에 즉시 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만나 비트코인 법정통화 전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