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가격 안정성이다. 가치가 급등락하면 안된다. 달러가 세계 긴축통화 역할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가격 안정성이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은 화폐로 인정받기 힘들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4,829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5월엔 3만 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이런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한 나라가 있다. 남미에 있는 엘살바도르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체 의원 62명 중 19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금융 접근성 떨어지는 국민 위해 '교육 의무'도 함께 규정
현재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는 미국 달러다. 앞으로 비트코인은 달러와 함께 법정화폐 ‘투톱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당연히 의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엘살바도르는 왜 ‘안정성 제로’인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했을까? 또 안정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법안 속에 담겨 있다.
‘비트코인법’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중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금융 서비스 접근성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엘살바도르 정부 입장에선 금융 서비스 보급 확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문제는 전통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민들에게 비트코인을 어떻게 보급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비트코인 법에선 ‘교육을 실시할 의무’까지 규정했다.
한 마디로 형편없는 금융 서비스 보급률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정책이란 의미다.
이번 법안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발의해 의회에 보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주 디지털 지갑 회사인 스트라이크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스트라이크와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격 급등락 위험 해소위해 '달러와 바로 교환' 시스템 구축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 등락하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법정 통화로 활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법정 통화로 인정됐기 때문에 엘살바도르 내 모든 기업과 매장들에선 무조건 비트코인을 받아야 한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비트코인 결제를 요구했을 때 거절하면 안된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받는 기업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해 반값에 상품을 판매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가 암호화폐의 가격 등락 위험을 감수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대책도 공개했다. 정부는 엘살바도르 개발은행 내에 수탁기관을 설립한다. 상인들이 요구할 경우 이 기관은 바로 달러와 교환해주게 된다. 이를 위해 수탁기관 내에 1억5천만 달러를 비축하도록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아이스크림 판매점 주인이 (비트코인 가격등락) 위험을 떠안기 싫은 데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을 받았다고 해보자"면서 “이 때 그는 아이스크림을 팔 때 곧바로 정부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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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또 “물론 시장에서 교환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정부에 즉시 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만나 비트코인 법정통화 전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