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으로 배분" VS "시장에 맡겨야"

방송/통신입력 :2021/05/20 21:05    수정: 2021/05/21 07:40

"홈쇼핑 사업자 전체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전체에게 지급해야 할 송출수수료 '총액'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자. 홈쇼핑 사업자들이 채널을 등급으로 나눠 그룹화하고, 경매를 해 등급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해가 갈수록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업계 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적정 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을 결정해 무리한 송출수수료 인상을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 각 채널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논쟁적인 작업이 될 수 있으니, 총액 안에서 경매를 통해 홈쇼핑 사업자들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 채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얘기다. 

20일 한국방송학회가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한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특별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현 고려대 교수는 "송출수수료 총액에 대해서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들이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가입자 수 기준 시장 점유율에 따라 각자의 몫을 배분받고, 홈쇼핑 사업자들이 경매를 통해 들어가고 싶은 채널에 대한 가격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불하면 된다"며 "이렇게 되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홈쇼핑 사업자들도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높은 등급의 채널을 배정 받을 것인지, 아니면 저렴한 가격에 낮은 등급의 채널을 차지할 것인지 전략적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결정이 경매 과정에 반영돼 등급의 가격을 변동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고려대 교수

이 방법대로면 전체 송출수수료 총액이 이미 고정된 상태에서 경매가 이뤄지게 되므로, 이를 통해 결정된 각 등급 번호의 가격은 총액에 대한 상대적 가격이 된다.

김 교수는 "이러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지라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실제로 도출한 적정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총액은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설계나 분쟁 조정 과정에서 유용한 벤치마크로 기능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 자리에서는 이와 관련한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먼저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송출수수료 총액을 결정하며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흥석 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은 "총액 상한제가 적용되면 특정 채널에 송출수수료를 더 내서라도 들어오고 싶은 사업자가 있을 텐데, 채널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규제 시장의 자율성을 왜곡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도 사후 규제 측면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고 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전략 본부장은 "홈쇼핑은 인기 채널 옆에 자리 잡으면서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고, 유료방송 플랫폼은 인기 채널이 달라는 돈을 올려주면서 트래픽을 유지하고, 가입자들은 홈쇼핑 채널에 대한 피로감이 있지만, 요금 할인을 받으며 보고 있다"며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유료방송 플랫폼 외에도 많아지고 있으니, 제도화하는 사이에 TV 트래픽은 낮아지게 되며 시장은 알아서 돌아가게 된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홈쇼핑 사업자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온 TV홈쇼핑협회 황기섭 실장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대해 말했다.

황 실장은 "실무를 담당하는 홈쇼핑 사업자가 직접 이 자리에 나오면 좋겠지만, (눈치를 봐야 해)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며 "정부와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송출수수료 기준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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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람 T커머스협회 팀장은 "송출수수료 총액은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정한 수준을 선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며 "유료방송 요금을 정상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 세미나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남영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궁극적으로 송출수수료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방송 생태계에 있어서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어떤 협상이든 정부가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보면 개입 필요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