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프로젝트-G' 작성에 참여했던 삼성증권 전 팀장 한모씨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증인으로 나서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은 경영 안정화를 목적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검토한 것'이라는 취지"라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는 20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한모씨가 다시 증인석에 나왔다.
검찰은 금산결합과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유지하던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규제 등으로 지배력을 상실할 위험에 놓이자 승계계획안 '프로젝트-G'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한씨는 '프로젝트G'를 포함해 다수의 승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그룹 지배구조 문건'을 제시하며 "이 부회장이 1인 승계를 하든, 법정상속이나 금산분리 강화를 하든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을 추진하려 한 건가"라고 묻자, 한씨는 "전체적으로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한씨는 "반드시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이 전제된다기보다는 합병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합병했을 때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그룹 지분율을 높이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시뮬레이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상속이나 계열 분리는 많이 검토했던 기억이 있지 않다"면서 "삼성전자를 지주로 전환할 것인가, 사업 분할할 것인가 내부에서 논의가 많았다. 내부에서의 목적은 모르지만 이런 이슈들을 개별 검토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프로젝트G 보고서에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완료 일정까지 정했다. 법정 상속과 금산분리 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계획했던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한씨는 "그런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씨는 "결론은 저희가 생각하는 걸 제안하기는 그렇고, 나중에 어떻게 되겠는지 하는 아이디어였다"며 "개별 상황에 맞춰 이런 방향을 검토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으로 계속 보고서를 정리해드린 게 취지였다"고 말했다.
앞서 한씨는 지난 공판에서도 "프로젝트-G는 그룹 지배구조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편안에 대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해놓은 것"이라며 “규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이슈를 해소할 수 있을지, 우리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과 시장에서 이야기됐던 것을 종합해 만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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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해 본인의 경영권 불법 승계를 주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은 모두 정상적인 경영 절차와 필요에 따른 판단이었을 뿐 경영권 상속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