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스템 반도체, 2100년을 바라보자

전문가 칼럼입력 :2021/05/18 14:06    수정: 2021/05/19 13:34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나는 신입사원 이래로 반도체 설계만 30년을 했다. 30년 동안 설계를 했고 관련된 회사를 운영 하지만 항상 어렵고 배울것이 많은 산업이다. 요즘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NPU IP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 분야 일을 오래 하면서 요즘같이 반도체에 510조를 쏟겠다는 말을 들으면 격세지감이 든다. 한때 시스템반도체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산업이 아니라는 말을 시스템반도체 담당 사무관에게 듣기도 했다. 모욕적이고 황당한 일 이었는데 정부의 그런 시각이 몇년 전에는 팽배해서 천개나 되는 동종업계 스타트업이 거의 다 사라지고 지금은 몇개 남지 않았다.

중국은 170조 투자...담당 주무관 "시스템반도체 우리한테 맞나" 말하기도

필자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인 2002년에 우리나라가 상당히 잘하는 반도체 분야가 있었다. CCTV 카메라용 DVR 칩셋과 카메라 신호처리 IC 분야였는데, 디지털 영상신호처리는 당시 기술로 꽤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었고 성진CNC, 3R, IDIS, 하이트론 같은 DVR 회사의 수출과 내수도 상당했다. 사실 이 분야는 아직도 한화시스템, 넥스트칩이나 이니텍같은 국내 회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엄청난 세계 시장규모에 비하면 지금은 명맥이나 잇는 수준이다. 이 산업과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하이실리콘 같은 화웨이 자회사가 들어오게 되면서 부터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거대기업의 미세공정 개발비 부담을 당할수 없어 중소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이 이쪽 비지니스를 그만두게 되니 CCTV 와 IP 카메라 등을 하이실리콘 같은 중국에 내주게 된 것이다. 이 산업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연간 수십조원의 시장을 만들고 DJI 의 드론과 전세계에 깔린 CCTV 를 통해 얼굴인식등 인공지능과 온세상 정보가 중국으로 가게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보안 카메라를 통해 중국이 전세계 빅브라더가 된것이다.

중국이 1조 위엔, 우리나라 돈으로 170조원을 시스템반도체 등에 투자할 때 우리는 십년간 0.8조를 투자하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당당 주무관이 시스템반도체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가? 라는 시각을 갖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한다.

시스템반도체 기술은 전형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정부는 510조를 쏟아 수만명의 인력을 기르고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이런 산업성장 계획을 보면서 답답한 것은 정작 중요한 팹리스기업에는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상생을 위해 정부가 매칭해 투자한 자금들은 현재 팹리스 반도체가 아닌 칩리스 파운더리와 소재및 장비기업에 투자됐다. 물론 칩리스 파운더리도 중요 하겠지만 어떤 나라도 칩리스 투자와 장비기업을 팹리스보다 더 지원하는 나라는 없다.

투자 펀드가 칩리스에 올인하니 이 투자액이 팹리스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팹리스 인력이 유출되고, 많지 않은 경력자 부족으로 팹리스가 고사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퀄컴 같은 회사 만들자면서 투자를 팹리스 대신 칩리스에 하는 건 모순"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의 예를 들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 한다고 하면서 정작 반도체 상생 펀드는 장비기업과 칩리스만 투자한다. 퀄컴같은 회사가 소재나 장비회사인가? 엔비디아는 심지어 반도체 회사를 넘어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말한다. 시스템반도체가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면 반도체 베이스 위에 소프트웨어 회사가 된다. 이런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시스템을 모르는 파운더리 디자인하우스인 칩리스나 소재 장비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자본과 기술 비중이 8:2 정도인 팹리스 산업에서 우리 회사는 20년간 한푼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말도 안되는 배수와 받아 봐야 얼마 안되는 투자에 관심이 없었다. 캐피털 또한 팹리스에 투자해 봐야 산출이 안 나온다고 한다.

어떤 모임에 갔더니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가진 교수님 말씀이 "세상 어떤 나라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두개 다 가진 국가가 있는가? 두개 다 육성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한다. 시스템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할 자신이 없으면 오피니언 리더 역할도 정부부처 사무관도 하지 말아야 한다. 팹리스 돕는다면서 상생 펀드를 만들었는데 그게 팹리스에 얼마나 투자됐는 지 아나? 또 소 부장 강소기업은 왜 장비나 소재쪽 에서만 나오나?

팹리스 기업은 삼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찬밥이다. 요즘에나 삼성전자에게 중소기업 대상 팹을 열어주지 삼십년간 90나노 미만의 파운더리 서비스를 해주는 국내팹이 없었다. 요즘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위해 EUV 첨단 공정 지원을 하겠다고한다. 첨단 EUV 공정사용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시제품 개발에 수천억 단위 EUV 공정을 사용할수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까?

대만 TSMC가 강한 부분은 중소기업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다. 최근 삼성전자 EUV 5나노 프로세스에서 만든 칩에 열이 많이나 어렵게 유치한 고객(커스터머)이 경쟁사로 옮기는것을 고려중 이라고 한다. 이런 일들이 왜 TSMC 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는 파운드리 비지니스에 대한 업(業)의 개념이 잘못돼 그렇다. 파운드리는 소소한 팹리스 수천개가 모여 IP개발, 시제품 개발, 양산성 검증 등을 하는 과정을 통해 집적도 향상, TR 구조설계 개선, 동작 속도 증가, 소모 전력절감, 열 발산 등의 문제를 체크하고 해결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인원은 이만명인데 비해 경쟁사는 오만명 이라고 한다. 인원이 부족해서 중소기업 지원이 어렵다고 한다. 어떤 산업이든 바닥과 중간 허리가 강해야 톱레벨 서비스와 유지가 안정적이지 않을까?

비전과 목표 명확하지 않으면 산업 표류...100년을 보는 정책을

지금같이 소수의 거대기업을 위해 IP 만들고 공정 셋업하고 그 회사만의 서비스를 위해 올인하면 양산할 칩이 많아질 수록 할일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한다. IP를 표준화하고 회사별 공정 셋업을 똑같이 해야 필요한 인원도 줄어들고 할일이 줄어들며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

비전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산업이 표류한다. 바이든이나 미중 반도체 전쟁 등을 보면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 설계 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중추며 핵심이다. 보다 큰 꿈을 갖자. 510조를 쏟아서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2100년을 생각해 반도체 부분에서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모두 세계 1위가 된다는 원대한 꿈을 갖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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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꿈을 갖고 있어야 장기적 그림도 만들어진다. 또 2100년 목표를 세워야 2030년이 보인다. 이 정도 꿈을 꿔야 선진국 도약과 청년과 장래의 소망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 오천년 역사를 생각해 보면 80년 계획은 정말 작은 기간이다. 멀리 깊게 원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정치, 경제, 기술 분야 지도자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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