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커피타고 배송까지...비대면 시대 新풍경

[대한민국 2030 넥스트노멀] ⑤로봇배달

디지털경제입력 :2021/05/24 07:53    수정: 2021/05/24 08:07

이한얼, 정진호 기자

인력 중심의 산업 기반이 급속도로 변화한다. 예측된 미래보다 한 차원 높은 로봇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산업용 로봇으로 시작한 로봇 산업은 이제 분야를 망라하고 사람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엔 방역 로봇까지 등장하며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로봇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뉴욕 브롱크스 인질 강도 사건에 투입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경찰견 '스팟'의 모습 (사진=뉴욕포스트)

로봇 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된 건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성장 속도를 보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이다. 국내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조 8천억이며 세계 로봇 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오는 2024년 1천 220억달러(약 146조원)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로봇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주목 받는 건 이른바 배송 로봇과 서빙 로봇이다. 최근 세계 굴지의 대기업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배송, 서빙 로봇 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배달, 서빙 로봇 어디까지 왔나?

과거 제조 공정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은 최근 배송로봇, 서빙로봇, 푸드로봇 등 외식 유통 산업에까지 진출했다.

특히 자율주행 기반의 배달, 서빙 로봇은 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로봇은 실외와 실내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현재 일종의 실험인 실증 특례가 한창이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녹지공원법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은 차도나, 인도, 공원에서 운행이 금지돼 있다.

이런 관계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행법상 제한되는 법령을 일정 기간 동안 면제해주는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해 실증 특례 테스트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 로봇 제조기업 로보티즈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특례를 처음으로 받았다. 이들은 회사 사옥이 위치한 서울 마곡을 비롯해 강서구 일대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실험 운행하고 있다.

로보티즈 배송 로봇(사진=로보티즈)

뿐만 아니라 배달 플랫폼 업체 우아한형제들 역시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실험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과기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아 건국대 캠퍼스 및 광교 앨리웨이 인근의 보도와 횡단보도, 광교 호수공원에서 배달로봇 서비스를 실증 주행 중이다.

로보티즈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로봇 ‘일개미’는 목적지까지 자율주행, 위치 인식, 장애물 감지 기능, 크루츠 컨트롤 보도 이탈 경보, 전후방충돌경보 등의 기술을 탑재했다. 속도는 시속 최대 7.2km로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실내 자율주행 로봇, 즉 서빙 로봇 또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브이디컴퍼니와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서비(Servi)’와 ‘푸두봇(PUDUBOT)’ 은 100%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 식당에서 직원이 테이블 번호만 입력하면 로봇이 최적의 경로를 통해 주문한 요리를 배달한다.

이른바 맵핑(Mapping)을 통해 입력된 식당 구조와 라이다(LiDAR) 센서 및 3D 카메라로 수집한 정보는 로봇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주행하게 만든다. 음식을 배달한 후엔 서빙로봇이 음식이 내려진 것을 감지하고 스스로 복귀한다.

이들 로봇은 바닥의 신발·지갑 등 아주 작은 장애물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센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브이디컴퍼니의 ‘푸두봇’은 전국 400여개 식당에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상용화가 됐다는 평가다. 베어로보틱스는 올해 일본, 한국,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1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 배송 로봇 투자 러시 이유는

이들 기업이 배송 로봇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첫 번째,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와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는 현재 물류환경을 급속도로 재편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배달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스위스 금융 기업 UBS는 글로벌 배달 산업이 앞으로 매년 10%씩 성장, 2030년 3600억달러(한화 406조 상당)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증하듯 아마존은 배송로봇 '스카우트'를 출시했고, 페덱스는 배송로봇 '세임데이봇'을 개발했다. 만약 자율주행 무인 배송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배송료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아가 일명 ‘라스트마일’ 시장을 선점하려는 구상 역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라스트 마일’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유통업에 있어서의 라스트 마일은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의미한다.

배달의민족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두 번째는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통계자료=한국은행)

실제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국내 지급결제에서 10건 중 4건은 비대면 결제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지급결제 동향 통계에 따르면 작년 일평균 비대면 결제 규모는 8천490억원(잠정치)으로, 1년 전보다 16.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문전일 융합연구원장은 “지난 2019년부터 정부 주도의 배송 로봇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 이후 그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일명 ‘언택트’ 산업은 우리네 일상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 ‘언택트’ 산업의 한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배송 로봇 시장 확대 과제...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로봇 전문가들은 국내 배송 로봇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정부 부처간 경계를 넘는 범정부적인 기관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물류, 배송 로봇의 주무 부처는 산업자원부가 맡고 있다. 하지만 배송 로봇의 특성상 배송되는 물품 또는 실내, 실외냐에 따라 주무 부서가 달라지거나 혼선이 생기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약품을 배송하는 로봇은 산자부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협업이 필요하다. 또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주무부처가 경찰청인 관계로 이 역시 산자부의 소관을 벗어난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규제샌드박스 TF가 설치돼 있지만 이는 각 산업 분야에 관계 법령을 잠시 유예해주는 기능에 그친다. 즉, 물류 배송로봇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은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전일 융합연구원장은 “지난달 산자부에서 로봇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해 본격적으로 배송로봇 산업에 대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물류 배송 로봇의 특성상 정부 부처를 총 망라한 범정부인 로드맵이 실행 돼야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국내 로봇 제작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도 하루 빨리 해결돼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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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원장은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의 경우 부품에 대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자율배송 로봇과 같은 서비스 로봇의 부품은 이미 국내에서도 개발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국 로봇 제작업체들에 비해 국내 로봇 업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로봇 수요 기업 쪽에선 국내 업체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기술력 개발을 바탕으로 부품 국산화를 이뤄내야 국내 배송 로봇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