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소송을 앞둔 에픽게임즈는 지금 활짝 웃고 있을까?
오는 5월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에픽과 앱스토어 소송을 벌일 애플이 유럽에서 먼저 매를 맞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30일 애플이 경쟁 음악 앱인 스포티파이에 경쟁방해 행위를 했다는 예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EC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소장(charge sheet)을 발표했다.
앱스토어 운영자인 애플이 문지기나 다름 없는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인앱결제 때 자사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며, 더 저렴한 결제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지도 못한 부분 등이 경쟁 방해 행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EC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 유럽, 애플과 구글 앱장터 경쟁 상대 아닌 것으로 판단
이 문제들은 미국 법원에서 시작될 소송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예비조사 결과는 미국에서 그래도 원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IT 전문매체 프로토콜은 “유럽 규제 기관의 결론은 미국 법원에선 좀 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EC는 애플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깔았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즉 애플 앱스토어를 수 많은 앱 장터 중 하나로 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생태계로 간주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이런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프로토콜은 지적했다.
클리블랜드주립대학 로스쿨의 크리스 새저스 교수는 프로토콜과 인터뷰에서 “미국 법원은 애플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경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에픽과의 소송에선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독점 소송에선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애플 앱스토어를 여러 앱 장터 중 하나로 보느냐, 아니면 독립된 생태계로 보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앱스토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만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 애플의 폐쇄된 생태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워낙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전환할 경우 기회비용이 생각보다 크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유럽은 사실상 애플 앱스토어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경쟁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경쟁담당 부위원장은 “(이런 이유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음악 스트리밍 비용이 더 비싸다고 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 미국 법원은 어떻게 해석할 지도 관심사다.
■ 애플 "가게 안에서 다른 가게 선전행위 허용하진 않는다"
애플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스포티파이가 iOS 앱에서 다른 서비스를 광고할 수 있도록 요구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게 안에서 다른 가게를 선전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앱결제 때 부과하는 30% 수수료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율이라고 반박했다. 그런 만큼 경쟁 방해 행위는 한 적 없다는 것이 애플의 논리다.
EC는 iOS앱 내에서 좀 더 저렴한 대안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도 경쟁 방해로 판단했다.
프로토콜은 또 “반독점 소송에선 시장의 범위를 획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의 피해를 입혔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쟁점에 대해 미국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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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의 이번 예비조사는 긴 공방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이 독점행위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프로토콜은 “이번 결과가 다음 주 미국에서 시작될 에픽과 애플 간의 앱스토어 소송 결과를 보여주는 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