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효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EUV 장비와 더블스택 기술을 활용한 초격차 벌리기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9일 열린 2021년도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다수의 레이어(층)에 극자외선(EUV)를 적용한 14나노미터(1a) D램, 176단 7세대(더블스택) V낸드를 본격적으로 양산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EUV를 활용한) D램 공정 미세화는 향후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있어 EUV 적용 시기와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 "업계 최고 스택 기술을 바탕으로, 더블스택도 셀 레이어 기준 200단 후반까지 적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7세대 V낸드는 하반기 솔루션이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나아가 8세대 V낸드 제품도 연구소에서 이미 워킹다이(동작샘플)를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28일 열린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하반기부터 EUV 기반 D램과 176단 더블스택 방식의 4D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측은 "연내 EUV 공정을 활용한 4세대(1a) 제품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미 올해 초 양산용 EUV를 도입했다"며 "적용 초기라 불확실성이 많지만 EUV 전담팀을 구성해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ASML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향후 안정적인 EUV 장비 도입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올해 말 128단 낸드 비중을 80% 가까이 늘리고, 128단 제품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내 176단 양산을 시작해 낸드 기술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계 전반의 공급부족으로 관련 장비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길어진 리드타임과 셋업을 고려해 내년 투자분 일부를 올해 하반기에 조기 집행, 올해 캐펙스(시설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보다 다소 증가하지만, 생산량 증가는 내년에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EUV 장비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EUV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를 말한다. 이는 기존 10나노미터대 공정에서 사용했던 불화아르곤(ArF) 장비보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미세화(7나노미터 이하 가능)와 수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더블스택은 적층형 낸드플래시의 전체 층을 절반으로 나눠서 쌓는 적층 기술을 뜻한다. 예컨대 176단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우선 88단을 쌓고, 그 위에 다시 88단을 올리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더블스택 방식은 기존 싱글스택 방식과 비교해 노광·식각·증착 공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홀 에칭 난이도가 높은 게 단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내 EUV 기반 D램과 더블스택 방식의 176단 적층형(3D 또는 4D) 낸드 양산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D램 시장 3위, 낸드 시장 5위)의 추격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176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양산 돌입을 발표하고, 지난 1월에는 ArF 장비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1a D램 양산을 시작하는 등 최근 기술 경쟁력에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마이크론의 기술적 성과가 두각,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던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최근 개발력 저하와 상반된 모습"이라며 "기술 격차가 줄어들어 선두 업체가 과거처럼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쉽게 구사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 가격이 하반기로 갈수록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들도 양사의 초격차 전략의 근거로 작용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월 D램 및 낸드플래시 고정가격은 각각 전월 대비 PC D램은 26%(0.49달러), 서버 D램은 17%(0.59달러), 모바일 D램은 9%(0.53달러), 낸드 단품은 5%(0.11달러), 모바일용 낸드는 10%(0.19달러)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D램 익스체인지는 성수기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DDR5 D램 출시 및 1z D램 전환)가 올해 3분기 D램 가격의 추가 상승을 견인하고, 낸드 역시 3분기부터 5G 스마트폰 확대 및 엔터프라이즈용 SSD 수요 강세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수익성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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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2018년(역대급 실적 달성의 해) 수준에 근접 또는 상회할 전망"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노트북 PC 시장의 성장과 DDR5 D램 전환 개시와 맞물리면서 메모리 공급부족이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으로 각각 매출 158조7100억원·영업이익 24조6600억원, 매출 39조7600억원·11조2900억원을 예측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17.83%, 영업이익은 31.1% 증가하고, SK하이닉스는 같은기간 매출은 24.64%, 영업이익은 125.23%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