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스북, '프라이버시 전면전' 시작됐다

iOS14.5부터 이용자 추적 제한…철학 차이→분쟁 비화 조짐

홈&모바일입력 :2021/04/27 08:47    수정: 2021/04/27 14:1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전쟁'이 시작됐다. 기기를 많이 팔아야 하는 애플과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페이스북의 이해관계가 맞부닥치면서 전면전을 예고했다.

애플이 26일(현지시간) iOS 14.5와 아이패드OS 14.5를 출시하면서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본격 적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앱 서비스업체들은 이용자 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런 정책 변화는 촘촘한 이용자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에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OS14.5 출시 전부터 페이스북이 애플을 향해 공세를 늦추지 않은 건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미국 씨넷은 iOS14.5 출시를 기화로 애플과 페이스북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씨넷)

■ 이용자 정보가 돈인 회사 vs 이용자 보호가 돈이 되는 회사  

실리콘밸리 양대 실력자인 애플과 페이스북은 매우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애플은 작년 아이폰, 아이패드, 맥, 에어팟 같은 기기 판매를 통해 2천74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페이스북은 작년 859억 달러 대부분을 온라인 타깃 광고를 통해 올렸다.

전혀 다른 영역에 있던 두 회사가 제품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란 부분에서 정면으로 맞부닥쳤다. 애플은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득이 된다. 반면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iOS14.5에 강하게 반발하는 건 이 때문이다. 맞춤형 광고의 길목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명분은 ‘중소기업 몰락’이다. 자신들은 괜찮지만 중소 사업자들이 이번 조치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에 맞선 페이스북의 대응.

물론 애플은 이런 주장이 근거 없다고 반박한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달초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을 추적하지 않고도 디지털 광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이런 입장 차이는 iOS14.5 때문에 불거진 건 아니다. 그 동안 비슷한 주장들을 계속 주고 받았다.

애플은 '감시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프라이버시 등대를 자처한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프라이버시 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강조해 왔다.

그 뿐 아니다. 애플은 2018년 ‘스크린타임’ 기능을 도입하면서 페이스북을 간접 공격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행태를 보여주는 저 기능을 통해 페이스북이 하루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또 사파리 브라우저에선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능들은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데이터 유출 사건에 휘말린 직후에 나왔다.

페이스북은 iOS14.5 출시 전부터 애플을 꾸준히 공격했다. 지난 2월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든 비즈니스는 아이디어로 시작된다”면서 “개인맞춤형 광고를 통해 그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는 건 중소 사업자들에겐 판을 바꾸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iOS14.5가 공식 출시된 26일엔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앱추적 투명성 기능을 적용할 경우 어떤 불편이 있는지 적극 공지했다.

■ 잡스와 가까웠던 저커버그, 팀 쿡과는 사사건건 갈등  

페이스북과 애플은 한 때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마크 저커버그와 수시로 만나면서 대화를 나눴다.

스티브 잡스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2012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잡스에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어본 적 있다”면서 “잡스는 마크를 첫번째로 꼽았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팀 쿡.

반면 팀 쿡은 잡스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저커버그가 2019년 쿡에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문의한 적 있다. 그 때 팀 쿡은 잡스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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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팀 쿡은 “페이스북 핵심 앱 이외 다른 곳에서 수집한 이용자 정보는 전부 삭제해야 한다”고 신랄하게 대꾸했다.

뉴욕타임스는 “쿡은 저커버그의 비즈니스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저커버그는 쿡의 충고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