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뭐냐고? 오큘러스 퀘스트2 써보면 '게임 끝'

무겁고 어지럽다는 VR기기 편견 깨...게임·운동·스포츠관람 재미 쏠쏠

인터넷입력 :2021/04/21 11:12    수정: 2021/04/21 15:38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쉽게 말해 내가 만든 아바타가 앱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게임도 하고 일도 하는 것을 말한다. 먹고 마시는 건 함께 할 수 없지만, 그 외의 사회생활(?)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엔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나 팬 미팅도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메타버스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어떻게 경험해볼 수 있을까? 가장 빠른 방법은 VR 헤드셋을 착용해보는 것이 아닐까. 초창기 VR 기기는 무겁고 어지럽다는 평이 많았다. 머리에 기기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고, 눈이 침침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5분 정도는 신기함에 두리번거리며 체험을 이어갔지만, 그 후론 멀미가 나기 시작해 이내 기기를 내려놓기 일쑤였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VR기기에 대한 편견을 거의 지워버렸다. 오큘러스가 평가하는 것처럼 '현존하는 가장 진화한 올인원 VR 헤드셋'이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떡여졌다. 무게는 503g으로 전작(571g)보다 가벼워졌으며, 해상도도 약 2배 증가했다. 프로세스 성능은 퀄컴의 VR·AR 전용 AP인 스냅드래곤 XR2를 탑재해 전작보다 약 2.5배 가량의 성능을 낼 수 있게 개선됐다. 무엇보다 가격(64GB 기준 41만4천원)이 저렴해지면서 본격적인 VR기기 대중화와 메타버스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생각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

기자는 약 2주동안 오큘러스 퀘스트2로 업무(관련기사☞페이스북 "일상에 침투한 VR…일·재미 다 잡는다")와 게임(주로 운동), 동영상 시청 등을 해봤다. 

먼저 오큘러스 퀘스트2는 PC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올인원 헤드셋이다. 스마트폰은 오큘러스에서 구동할 앱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사용하며, VR 기기에 구겨 넣지 않아도 된다. 카메라는 4개 달려 있고, 이와 컨트롤러를 통해 사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상의 울타리를 칠 수 있다. 만약 이 공간을 벗어나면 카메라가 주변 환경을 보여주면서 알림이 온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하는 순간 메타버스에 입성한 느낌이다. 메인 화면에 머무를 때는 바람 소리가 '쉬쉬' 나면서 가상현실 세계에 나 홀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빨리 앱에 접속해 이 외로움을 없애리라. 운동을 위해 가장 먼저 탁구 게임인 '라켓 퓨리'를 구매했다. 오른쪽 컨트롤러는 탁구채로 변했고, 왼손 컨트롤러를 이용해 공을 제어했다. 다소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는 AI가 기자의 서브를 기가 막히게 받아 낸다. 이미 기자가 어느 방향으로 서브를 넣을지 알고 있는 것처럼. 5분 정도는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10분 정도 되니 어느 정도 대결이 가능해졌다. 땀도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공을 치는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순 없지만, 귀에서 공이 튀기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직접 치고 있는 것 처럼 실감 났다. 마치 고요한 체육관 안에서 집중한 상태로 탁구를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탁구게임 모습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복싱 게임도 구매했다. 스릴 오브 더 파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별점과 후기가 꽤 좋은 게임이다. 시작하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생긴 복서가 기자에게 달려든다. 거의 쉬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타격을 느낄 순 없지만, 왠지 몸이 아픈 기분이다. 핸드 트래킹 기술이 구현된 오큘러스 터치 컨트롤러의 성능 때문일까. 잽을 세게 날릴 수록 상대에게 주는 타격감이 심해지는 것 같다. 약 8분정도 했는데 1시간 운동한 것 같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근육통이 심하게 오는 걸 보면 운동 효과는 최고인 것 같았다. 

복싱 게임 모습

넷플릭스와 유튜브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넷플릭스는 넓은 거실에 앉아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유튜브는 대형 영화관 맨 앞줄에 누워 혼자 영상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1832x1920 픽셀의 해상도 때문인지 화면이 또렷하게 잘 보였다. 360도 VR 버전으로 만들어진 유튜브 영상도 나름 실감났다. 웹브라우저로 접속한 스포티비에서는 NBA 경기를 봤는데,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 들었다. '방구석 1열'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 후드 티에 달린 모자를 쓰니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영화관 부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

NBA 관람 모습

부모님도 퀘스트2를 씌워드렸다. "엄마, 아빠! 이게 바로 메타버스야."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메타버스를 실제로 경험해보시라고 했다. 평소 기계와 친하지 않은 부모님도 조작법을 쉽게 익히고 탁구와 복싱을 즐겼다. 해외에 있는 동생과 오큘러스 안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더 반가워했다.

약 2주간 퀘스트2를 써보니 화질과 입체감이 전작보다 뛰어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가벼워지는 동시 휴대성도 좋아졌고, PC가 없어도 와이파이 환경 안 어느 곳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버벅거림이 전혀 없이 게임이나 동영상 구동도 잘 이뤄졌다. 핸드 트래킹 기술로 컨트롤러가 없어도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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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게감 때문에 장시간 쓸 때 이마 등 얼굴이 눌리는 불편함이 있었고, 눈의 피로감도 동반됐다. 

오큘러스 측은 조만간 v28 업데이트를 통해 에어링크를 지원할 예정이다. 뛰어난 와이파이 환경만 구축해 있다면, 80달러(약 9만원)인 USB-C 코드 없이도 PC와 연동이 가능하다. PC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을 오큘러스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스팀에서 구매한 VR 게임도 할 수 있으니 오큘러스 기기 사용자들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