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 상품이란 설계사의 소개로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크게 다치거나 사망해야만 보험금을 주는 보장성 상품이어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사례일 겁니다.
이러한 불완전판매는 보험업계엔 그야말로 풀리지 않는 숙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주계약'이나 '특약', '담보'와 같은 생소한 개념을 소비자에게 완벽히 이해시키는 게 결코 쉽지 않고, 43만명이나 되는 설계사가 어떻게 상품을 설명하는지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죠. 이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불완전판매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고 하니 보험사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그 중 DB손해보험이 새로운 시도로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장기간 쌓아온 보험업 노하우에 인공지능(AI)을 더해 불완전판매 대응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는데요. 이 회사가 최근 가동한 '스마트컨택센터'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DB손해보험의 '스마트컨택센터'는 자동으로 상담과 심사 업무를 처리하는 AI 기반 플랫폼입니다. 음성인식과 텍스트 분석, 자연어 처리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게 특징인데, 삼성SDS와 협력해 약 1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런 '스마트컨택센터'의 첫 번째 임무는 완전판매 모니터링입니다. 피보험자와 계약자에게 'AI 로보텔러'가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 시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는지, 약관이나 청약서 등 서류를 받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암 담보'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가입 첫 날부터 보상이 된다고 들었나?'라는 질문에 소비자가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하도록 하고, 이를 분석하는 식입니다. 만일 '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면 상품 설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암 담보엔 면책기간이 존재해 가입 90일 이후 암 진단을 받은 경우에만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거든요.
이는 그간 상담사의 전화나 문자(알림톡)로 이뤄지던 절차를 AI가 대신하는 셈입니다. 특히 ‘AI 로보텔러’는 사람의 실시간 음성을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하는 동시에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DB손해보험은 약 2개월의 시험 기간을 거치면서 하루 수천건, 한 달에 5만건 이상의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AI에 맡겼는데 그 성공률이 99%를 웃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하루 1만5천건(오전 9시반~오후 6시까지 운영) 정도를 처리하는데, 많게는 6만건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AI가 다루지 못하는 복잡하고 중요한 건은 전문 상담사에게 넘어갑니다.
아울러 DB손해보험은 주요 영업 창구인 텔레마케팅(TM) 채널에도 AI 시스템을 접목했습니다. 보험 모집자와 소비자 간 통화내용을 분석해 불완전판매 요인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통화품질 모니터링인데요. AI가 녹음된 대화 내용을 들으며 보험 모집자가 계약 체결 전에 상품 주요 내용과 필수 안내사항 등을 정확히 설명했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모집자에게 보완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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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DB손해보험이 AI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은 보험 심사 업무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여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금소법에도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일례로 40분 분량의 녹취를 사람이 심사하던 시절엔 약 42분이 소요됐으나, AI 심사는 약 3분 만에 완료되며 즉시 보험계약을 확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AI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 성공한 만큼 향후 더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보험업계에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면서 사람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했던 업무를 차츰 AI 시스템과 공유하는 가운데, 이 회사의 움직임이 업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