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자산)의 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가상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금융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가상자산의 적정 가격을 측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내재적 가치가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향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와 가상자산 간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밖에 이주열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추가경정예산편성에 힘입어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불확실성이 잔존한 상태라 금리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0.50%로 동결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자산 가격 상승과 민간 부문의 회복 조짐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 흐름이 강화되고 있고 물가상승률 높아지고 있다"며 "가게 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 의견이 개진될 수 있지만 통화 정책 기조 전환을 고려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유로 그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백신 접종 등을 봤을 때 경제 회복세가 안착됐다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주열 총재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3% 중반대는 갈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 총재는 "올 1분기가 지났고 몇 달 동안의 움직임을 봤을 때 3% 중반은 가능한 숫자로 본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 심리가 살고 추경도 내수 진작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추정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운용됨에 따라 주택 값은 물론이고 암호화폐 등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금융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총재는 "가상자산은 가치의 적정가격을 산정하기 대단히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특징을 갖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과도해진다면 투자자나 투자자들에 대한 대출 등 금융 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가상자산이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데는 제약이 아주 많고, 내재 가치가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많은 나라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고 투자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 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화폐를 어떤 형태로 발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디지털 화폐의 통용과 발행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 영향을 줄 것 같긴 한데 어느 정도 줄지는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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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흡수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국내 통화증가율이 10% 정도로 크게 상승했는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민간 신용 증가가 불가피했다"며 "유동성이 많이 공급돼 자산 시장이 오르고 금융 완화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경우 관리해나가겠다"고 대답했다.
금리가 낮아 집 값이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주열 총재는 "주택 수급에 대한 우려와 집 값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 면, 유동성 요인도 있다"며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어떤 것이 더 주로 작용했는지 말하긴 어렵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