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PC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C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메인보드에 탑재되어야 하는 통신용 반도체, 전원공급장치에 탑재되는 전력 제어 IC 등이 수급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제품은 주문 후 납기일이 두 달 가까이 벌어지고 있다.
■ 리얼텍, PC 통신용 칩 생산 차질 "납품까지 32주"
대만 디지타임스는 12일 데스크톱PC와 노트북에 탑재되는 통신 칩을 생산하는 대만 리얼텍이 원자재 수급과 반도체 생산시설(파운드리) 제약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얼텍은 데스크톱PC나 노트북용 메인보드, 유무선공유기 등에 탑재되는 기가비트 이더넷 제어용 칩,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 코덱 칩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리얼텍은 현재 주문에서 납품까지 최대 32주가 걸린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PC 관련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칩을 모두 소진하면 유선 랜 단자 탑재가 필요한 데스크톱PC, 혹은 내장 사운드 코덱 등이 필요한 노트북용 메인보드 출하가 불가능해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브로드컴이나 마벨, 인텔 등 다른 회사의 칩을 탑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통신용 칩은 리얼텍 제품에 비해 단가가 비싸고 메인보드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 브로드컴 칩 공급 지연에 유무선공유기도 타격
통신용 칩이 널리 쓰이는 제품 중 하나였던 유무선공유기는 이미 지난 1월부터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 등 통신사에 유무선공유기를 OEM 공급하는 대만 자이젤(Zyxel)은 지난 1월부터 고객사를 대상으로 "내년에 필요한 물량을 미리 주문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자이젤의 이런 요청은 또다른 통신 칩 제조사인 브로드컴 상황 때문이다. 혹탄(Hock Tan) 브로드컴 CEO는 지난 달 "올해 공급 가능한 물량 중 90%에 대한 주문이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무선공유기 제조사·유통사 관계자들도 "기존 제품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정도 유통할 수 있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제품 공급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원공급장치도 영향.."아직은 버틸만해"
가정용 220V 교류 전원을 PC 부품이 쓸 수 있는 12V, 5V 등 직류로 변환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인 전원공급장치도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권에 놓였다. 교류-직류 변환을 담당하는 전력반도체 납기 지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문 수량에 비해 실제 공급되는 수량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 전원공급장치는 교체 주기가 긴 부품이다. 내부 부품 고장이나 공급 가능 용량 부족으로 교체하지 않는 한 3~5년 이상 작동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원공급장치도 수급난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재고 문제나 이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일어날 확률은 적다"고 지적했다.
■ 게임용 고성능 키보드·마우스도 공급 지연
2018년부터 시작된 PC 게임 활성화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게임용 고성능 키보드·마우스도 문제다. 입력된 키를 처리헤 PC에 전달하거나 RGB 조명을 제어하는 IC, 마우스 움직임을 고해상도로 감지해 처리하는 IC 부족 현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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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용 고성능 입력장치를 유통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키보드의 경우 제조사에 오늘 납품을 요청하면 일러도 두 달 뒤에나 공급받을 수 있고 1천 개 미만의 소량은 아예 주문조차 받아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일반 업무용 마우스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고해상도, RGB 조명 기능 등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일부 모델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