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내놓고 평가 체계를 갖추는 등 '녹색금융을 주도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초부터 산업 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돕는 'KDB 탄소스프레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창립 67주년을 맞아 출시한 'KDB 탄소스프레드'는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을 독려하고자 기획된 5조원 규모의 상품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감축활동을 지원하는 ‘탄소감축’,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관련 설비투자를 조력하는 ‘저탄소 생태계’ 등 두 가지 상품으로 구성됐다.
그 중 '탄소감축' 상품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여건과 감축 역량, 기대효과 등을 고려해 금리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산업은행은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반드시 탄소 감축 효과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을 받도록 상품을 설계하고 환경부와 탄소 감축량 산정·검증 기준도 수립했다.
향후 산업은행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주요 기업에 대한 전환리스크 평가 기준도 도입해 녹색금융 시스템을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3조원 규모의 '그린뉴딜 정기예금'도 판매하고 있다. 총 판매금액이 늘어날수록 더 높은 금리(영업점 최대 1.30%, 비대면 최대 1.35%)가 붙는 이 상품은 한국판 뉴딜과 녹색금융의 재원으로 쓰인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녹색금융 부문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ESG경영을 실천하는 한편, 국책은행으로서 국내 경제·산업구조의 '친환경 전환'을 이끌겠다는 목표에서다. 이는 결국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이들은 진단한다.
이에 산업은행은 연초 정책기획부문을 ‘정책·녹색기획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녹색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ESG·뉴딜기획부'를 신설한 뒤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25조원을 투입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뉴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조성·운용, 정부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반영한 금융상품의 개발 등을 통해 신속한 녹색금융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의 친환경 분야 진출과 사업재편, 투자확대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SK건설의 수처리·환경폐기물 처리업체 인수에 5천500억원을 주선하고 LG화학과 2차전지 관련 ‘산업·금융 협력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2년간 친환경 산업을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약 7천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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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녹색금융은 정책금융 비즈니스의 새로운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경제 규칙과 경영시스템을 바꾸고 경기 부양 효과도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녹색금융이 성공하려면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며 "리스크관리, 금융구조 설계, 금융조건 우대 등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다른 신산업 지원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