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시즌이 다가오자 검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KB손해보험과 NH농협생명, 동양생명 등이 긴장 속에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등과 맞물려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건전성 항목을 면밀히 점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생명·손해보험사 각 2곳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 현재 검사 대상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전 질의서를 전달한 뒤 검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 측은 2021년 총 16회의 종합검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중 보험업계에선 네 차례의 검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검사 대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생보사 중에선 NH농협생명과 동양생명, 손보사는 KB손해보험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 2년 사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이 각각 종합검사를 받은 만큼 이들의 차례(자산 규모 순)가 됐다는 진단에서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금융사의 경영상황 전반을 들여다보는 검사다. 금감원은 연초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공개하며 보험사에 대해선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지배구조 ▲건전성 부문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보험금 지급, 내부통제와 성과보상체계, 대주주 거래절차, 지급여력(RBC)비율 관리 등이 주요 항목이다.
특히 업계에선 올해 금감원이 강도 높은 검사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의무가 강화된 데다, 2023년 IFRS17 시행을 앞둬 각 보험사에 각별한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생명의 경우 자산운용과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현안을 떠안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외화자산 헤지 비용과 주식형자산 손상차손 등으로 2천437억원의 투자손실을 냈고, 지난 2월엔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제휴 법인보험대리점(GA)에 농협 하나로마트 내 영업행위를 전면 중지토록 요청하기도 했다. 따라서 금감원도 이번 검사에서 이 부분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자산운용과 리스크 관리 부문이 중점 검사 항목으로 지목된다. 2018년 육류담보 대출 사기에 연루돼 기관 경고를 받은 바 있고, 작년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도 3조1천295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타대출은 동산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가치가 유동적이라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대출을 뜻한다.
이밖에 KB손해보험에 대해선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회사의 RBC비율은 작년말 기준 177.6%로 전년 대비 10.9%p 내려갔다. 삼성화재(303.3%), 현대해상(190.1%), DB손보(205.7%) 등 경쟁사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적기에 지급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선 RBC 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며, 당국은 이를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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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 종합검사 일정과 관련해선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검토를 마치는 대로 절차에 따라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소법과 관련해서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당장 그 이행 실태를 점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완전판매와 같은 통상적인 항목에 대한 검사는 그대로 진행되는 만큼 금융사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