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마이데이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출로 전통 금융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이들 보험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함으로써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신한생명,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 주요 보험사는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오는 23일 시작되는 금융위원회의 2차 예비허가 심사 일정에 맞춰 각자의 강점을 살린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데이터는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소비자의 동의를 전제로 정보(가명 처리)를 취합해 금융상품과 투자 자문 등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국민은행·신한카드·웰컴저축은행·네이버파이낸셜 등 은행·카드·핀테크를 아우르는 총 28곳에 본허가를 내줬다.
다만 아직까지 보험사 중 본허가를 받은 곳은 없는데, 이번 심사를 통과하면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시행 시기에 맞춰 사업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단연 교보생명이다. 작년말 조직개편에서 금융마이데이터 파트를 신설하며 사업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서울대 경영연구소,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도 편리하게 금융정보를 얻도록 인공지능 기반 안내서비스를 선보인다. 우수 스타트업의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재무관리, 건강관리, 금융교육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7월 '신한라이프' 출범을 앞둔 신한생명도 이번 심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뒤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그간 공동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방안을 구상해왔으며, 각 회사의 강점인 헬스케어·인공지능 등과 연계한 모델을 구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생명은 앞서 인공지능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인 '하우핏'을 론칭한 바 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도 심사 준비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KB손해보험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그간 자동차보험 데이터 분석에 주력해온 것으로 미뤄 관련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메리츠화재 측은 소비자가 일상생활 또는 건강과 관련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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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보험업계가 마이데이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디지털과 연계한 서비스로 새로운 금융 환경에 대응하고, 본연의 사업 역량도 강화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면 각 보험사는 각종 데이터를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보험이 제공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이해를 높여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 보험사가 2차 심사 통과를 목표로 사업 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 시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개인 맞춤형 서비스 구축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