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주행거리 확보 싸움이 치열했다. 주행거리가 350km~400km 정도는 돼야 소비자 선택을 받는 전기차로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와 가격이 좀 비싸도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전기차 선택폭이 넓어졌다. 주행거리뿐 아니라 고성능에 다양한 첨단 기능을 장착한 신차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속 0에서 100km를 4초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동력 성능을 갖춰야 전기차 시장 선점에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주행거리와 고성능 등을 중점적으로 확보한 대표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모든 판매 라인업(모델 S, 모델 X, 모델 3, 모델 Y)에 주행거리를 확보한 롱레인지 트림과 고성능 트림(플레드, 퍼포먼스 등)을 확보했다.
테슬라 모델 S는 현재 롱레인지, 플레드, 플레드 플러스 등 3가지 트림을 갖췄다. 국내 판매가 2억원에 육박하는 모델 S 플레드 플러스는 3개의 구동 모터를 탑재해 1천100마력(hp)의 최고 출력을 낸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플러스는 시속 0에서 100km까지 2.1초 안에 도달할 수 있다. 정확한 제원은 아니지만 테슬라는 현존하는 차량 가운데 가장 빠른 도달 시간이라고 자신한다. 람보르기니 등에 버금가는 주행성능을 갖춰 소비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 중 보급 라인업에 속하는 모델 3와 모델 Y도 웬만한 스포츠카 버금가는 주행성능을 갖춘 ‘퍼포먼스’ 트림을 갖췄다.
2021년형 모델 3 퍼포먼스 모델은 시속 0에서 100km까지 3.3초만에 도달한다. 한단계 아랫등급인 롱레인지는 4.4초만에 같은 속도까지 도달한다. 모델 Y 퍼포먼스는 3.7초로 측정된다.
포르쉐 타이칸도 국내 시장에서 대표적인 고성능 전기차로 포함된다. 최근 판매가 시작된 타이칸 4S는 시속 0에서 100km까지 4.0초만에 도달하고, 최상위 트림 타이칸 터보 S는 2.8초만에 도달한다.
타이칸 4S는 모두 79.2kWh급의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국내 공인 주행거리는 289km에 불과하다. WLTP 기준 (퍼포먼스 407km)보다 다소 낮은 주행거리라 아쉬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포르쉐 타이칸 국내 오너들은 런치 컨트롤을 활용한 주행 성능에 만족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쉐코리아는 타이칸의 가속성능 뿐만 아니라 대영채비와 협력해 자체 하이퍼차저를 확충하는 등 충전인프라와 고성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고성능 전기차 양산이 늦은 편이다. 대신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해치백스타일 고성능 경주용 전기 콘셉트카 RM20e를 선보이며 고성능 전기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RM20e는 시속 0에서 100km까지 3초 이내에 도달할 수 있어 모델 S급 가속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 시속 0에서 200km까지 9.88초내에 도달할 수 있다. 4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됐기 때문에 시속 200km까지 10초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RM20e 공개 이후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전기차를 선보이게 됐다. 대상 모델은 기아 EV6 GT다.
기아는 EV6 GT를 내년 9월 이후 국내 시장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벌써부터 국내 예비 전기차 오너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전기차 모델과 비슷한 가속성능에 있다. 기아에 따르면 EV6 GT는 시속 0에서 100km까지 3.5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보다 약 0.2초 빠른 가속성능이다. 전자식 차동 제한 기능, 전자 제어 서스펜션, 스웨이드 재질의 스포츠 버킷 시트를 탑재한 것도 인상깊다.
기아에 따르면 EV6는 지난달 31일부터 하루동안 2만1천16대의 사전예약 대수를 기록했다.
모델별 구체적인 사전예약 비율은 ▲스탠다드 10.3% ▲롱 레인지 64.5% ▲GT라인 20.6% ▲GT 4.6%다. 전반적으로 롱레인지와 GT라인이 전체 대수의 85%에 해당한다. GT라인의 경우, 고성능 파워트레인이 들어가지 않지만 실내 일부 디자인이 GT 트림과 유사하게 만들어진다.
GT트림은 7천만원대 판매 가격대를 갖춰 보조금 혜택이 다른 트림보다 줄어들지만, 4.6% 고객 수요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늘어날 경우 내년 9월 이후 월별 판매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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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장거리 주행 가능한 전기차도 시속 0에서 100km까지의 가속성능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우수한 편"이라며 "가속성능이 좋은 전기차는 추월 가속 등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지만, 속도 경쟁이 치열할 경우 운전자 스스로 통제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속성능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안전에 초점을 둔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