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 명품 언론사, '한 지붕 두 가족' 꿈꾸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악시오스와 애슬레틱, 합병 협상

데스크 칼럼입력 :2021/03/29 17:29    수정: 2021/03/29 19:4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A는 '롱폼 저널리즘'을 추구한다. 작년 9월엔 유료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매체를 제외하면 극히 드문 성취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매체 중 하나다. 

B는 특종과 깔끔한 기사 쓰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사안을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숏폼 저널리즘’에선 미국 최고다. 정치 분야 뉴스레터는 특히 유명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매체가 ‘한 지붕 두 가족’이 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A는 구독 기반 스포츠 매체 대표주자 애슬레틱(Athletic)이다. 파트너인 B는 악시오스(Axios)다. 다루는 분야부터 글쓰기 방식까지 판이하게 다른 두 업체의 합병 협상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이 특종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사이트 애슬레틱

■ 유료 콘텐츠 강한 애슬레틱 vs '숏폼 저널리즘' 대표 악시오스 

둘 모두 아직은 신생 매체다. 애슬래틱은 2016년 1월 출범했다. 악시오스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17년 첫 선을 보였다. 세상에 태어난지 4, 5년 밖에 안 됐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각자의 영역에서 확실한 좌표를 마련했다.

애슬레틱은 전 세계 47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프로농구 같은 인기 스포츠를 주로 다룬다.

확장 전략도 흥미롭다. 2016년 시카고에서 시작한 뒤 토론토, 클리블랜드,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각 도시로 확장할 때마다 연고지 프로팀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2019년 8월엔 영국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으면서 프리미어 리그 소식까지 손을 뻗쳤다.

월 7.99달러 구독료를 내는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 작년 매출은 8천만 달러 수준이다.

악시오스

악시오스는 조금 결이 다르다. “독자들은 정보 홍수 속에서 허덕인다. 가치 있는 뉴스 찾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뉴스 홍수 속에서 독자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장담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똑똑한 간결함(smart brevity)’을 내세웠다.

악시오스 기사는 정갈하다. 모든 기사들은 ‘왜 중요할까(why it matters)’ 같은 핵심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쉽도록 구성돼 있다.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글쓰기다. 군더더기는 빼고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물론 악시오스의 강점이 ‘차별화된 글쓰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매체보다 특종을 자주 터뜨린다.

작년 11월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면 관련 특종을 터뜨렸다. 임기 두 달 남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봐주기를 폭로한 것이다. 트럼프가 1월 초 발생한 의사당 난동 주범은 자신의 지지자가 아니라 안티파(ANTIFA, 극좌파)라고 주장했다는 특종 보도 역시 악시오스 작품이다.

악시오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숏폼 네이티브 광고와 스폰서 뉴스레터다. 광고주 중엔 미국 석유, 에너지 복합 기업인 코흐 인더스트리스나 엑손모빌 같은 기업도 있다. 작년 매출은 6천1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올해 초엔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툴인 악시오스HQ를 선보였다. 악시오스 특유의 깔끔한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이 툴은 기업들의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간 이용료는 1만 달러다. 

■ 악시오스의 비법을 스포츠에 적용하겠다는 애슬레틱 

미디어 합병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꼭 경쟁력이 뒤따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두 회사 합병 협상 소식엔 유독 관심이 끌린다. 시너지 가능성 때문이다. 유료와 무료 콘텐츠 분야 강자의 결합인 만큼 ‘약한 고리'를 메워주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합병 협상은 애슬레틱이 악시오스 쪽에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애슬레틱의 러브콜이 전혀 뜬금 없는 건 아니다.

알렉스 마더 애슬레틱 창업자는 지난 해 9월 유료 구독자 100만 명 돌파를 계기로 CNBC와 인터뷰 하면서 “악시오스 같은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적 있다. 그는 당시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스포츠에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 회사는 왜 합병을 하려는 걸까? 그리고 합병한 뒤엔 어떤 성장 전략을 꾀할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병한 뒤 스팩(SPAC)을 통해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약어인 스팩은 최근 미국에서 우회 상장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공개(IPO) 방식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서류상의 회사를 먼저 IPO 한 뒤 상장한다. 그런 다음 적당한 비상장회사를 합병한 뒤 해산한다. 비상장회사 입장에선 일종의 우회상장이다. 

■ 자금 확보한 뒤 추가성장 기회 모색 

마켓워치에 따르면 두 회사는 이런 전략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확장과 인수'를 추진할 전망이다. 특히 프리미엄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언론사, 혹은 광고주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만한 명품 콘텐츠를 갖고 있는 언론사를 추가 인수할 계획이다. 

악시오스 창업자인 짐 반더헤이 역시 프리미엄 콘텐츠 쪽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재직 당시 프리미엄 서비스인 폴리티코 프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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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폼 저널리즘 대표 주자와 숏폼 강자의 결합은 성사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두 매체가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막 ‘열애설’이 터진 두 저널리즘 강자가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을 지, 그리고 결혼한 뒤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참 많이 쏠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